"각서만 받고 YTN 넘긴 방통위... 관련자들 다 처벌받을 것"
[신상호 기자]
▲ 언론노조 YTN 지부 고한석 위원장 언론노조 YTN 지부 고한석 위원장이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YTN 매각 승인 규탄 기자회견'에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 이정민 |
"유진같은 부도덕한 기업 걸러내라고 심사가 있는 건데, 방통위는 각서만 받고 넘긴 겁니다. 그렇게 각서만 받으면, 심사 통과 못할 기업이 어디 있을까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7일 제6차 전체회의에서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가진 YTN 지분 30.95%를 유진기업(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에 매각하는 최다출자자변경승인 안건을 승인했다. 이후 유진기업이 잔금을 납입하고 YTN 지분을 인수하면 YTN 최대주주가 된다(관련기사: YTN 최대주주, 유진으로 변경... 방통위 2명이 승인, 법적다툼 예고 https://omn.kr/27ctr).
고한석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이번 의결을 '방통위의 직무유기'로 규정했다. 사회적 공정성이 요구되는 보도전문채널의 경우, 방통위가 심사를 통해 부적격한 기업을 걸러내야 함에도, 오히려 각서만 받고 승인해줬다는 것이다. "각서만 받고 승인해주면 승인 못받을 기업이 어디있나"라는게 고 지부장의 항변이다.
그는 "보도전문채널을 유진이라는 무자격,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 무심사를 통해 넘긴 불법 매각이다. 모든 법적 대응을 동원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절차와 관련 법의 취지를 훼손시키면서까지 밀어붙이면 나중에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는 걸 방통위 내부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방통위,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YTN의 최대 주주를 유진이엔티(유진그룹)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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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YTN 매각이 승인됐다.
"윤석열 정권이 이렇게 할 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당히 참담한 심정은 어쩔 수가 없다. 보도전문채널을 유진이라는 무자격, 부도덕한 기업에 무심사를 통해 넘긴 불법 매각이다. 모든 법적 대응을 동원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방통위 반쪽(2인) 체제 의결에 대해서 방통위도 별다른 답변을 못하더라. 오늘 브리핑에서도 담당 과장이 자기가 답할 사안이 아니라고 그냥 넘겼다.
"2인 체제 의결 역시 부당하다. 지난해말 권태선 MBC 이사장 항소심에서도 나왔듯이 2인 의결은 상임위원 5인의 합의로 운영토록 하는 방통위 설립 취지를 몰각하는 일이다. YTN 매각 역시 2인 체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무효라고 생각한다. 방통위 스스로도 알고 있을 거다. 이렇게 무도하게, 절차와 관련 법의 취지를 훼손시키면서까지 밀어붙이면 나중에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는 걸 방통위 내부에서도 알고 있다고 들었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 TV조선 재승인을 건건이 문제삼아 다 잡아넣지 않았나. 절차적 내용적 문제가 분명한 매각 승인과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나중에 처벌받을 거다."
- 심사위원회도 안 만든 것도 문제다. 단순히 자문의견을 받아서 결정했다고 하는데.
"그것부터 말이 안 된다. 심사위원회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이동관 위원장 체제 방통위가 심사를 결정할 당시, 방통위는 유진 측이 변경심사를 신청한 다음날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일주일 만에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서류 보정작업 등의 절차가 없었고, 심사위원들은 유진 측이 낸 부실한 자료로 심사할 수밖에 없었다. 방통위가 지난해 11월 보류 결정을 낸 것도 계획 등 자료가 미흡해서 였다고 하지 않았나. 유진이 자료를 다시 제출했다면 다시 심사위를 꾸려야 하는데, 그걸 안한 거다."
- 방통위는 자문 의견을 구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 YTN 매각 승인 규탄! 언론노조와 YTN 지부 조합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YTN 매각 승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2인 체제 방통위의 기형적 구조 속에 윤석열 정권의 YTN 사영화 시도가 언론장악 수준을 넘어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라며 "사영화 전과정을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한 법적투쟁에 나설 것이며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이 돼 YTN을 장악하려는 유진그룹의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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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선 회장 검찰수사받으면 YTN은 어떻게 하나?"
- 유진기업 부도덕성에 대해서 계속 문제 제기를 해왔다.
"가장 최근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고객 돈을 마음대로 굴리고 고객 손실을 돌려막기한 증권사 9곳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 중에 유진투자증권이 있다. 금감원에서는 해당 증권사 CEO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라고도 보고 있다. 그렇다면 유진투자증권의 오너인 유경선 회장 일가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에 수사받게 된다면 YTN은 어떻게 보도를 해야 하나. 때문에 사회적 신용이 떨어지는 기업은 언론사를 소유할 자격이 없다. 그런 거 걸러내라고 방통위가 있는 건데, 방통위가 그냥 보도 공정성 지키겠다는 각서만 받고 넘긴 거다. "
- 방통위는 보도 공정성 각서를 강조하던데.
"방통위가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절대 그런 일 하지 않는다'라는 각서만 받고 매각 승인을 해주면 세상에 방송사 최다출자자변경심사 통과 못할 기업이 어디 있나. 그런 각서만 받고 승인해주는 것 자체가 방통위 기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거다."
- 사영화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신문>인데, 호반건설에 넘어간 이후로 보도국이 무너지다시피 했다. 젊은 기자들, 실력 있는 기자들이 대거 나갔다. 특별히 호반이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보도국 자체의 분위기가 바뀌었던 탓이다. 우리는 그런 점을 우려하는 거고, 그래서 적어도 24시간 뉴스 채널만큼은 공적인 지배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얘기했던 거다. 앞으로도 YTN 보도국은 그렇게 무너지지 않도록 할 거지만 그런 우려 자체가 있는 게 저희로서는 많은 위험 요인이다."
-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
"YTN 사영화 얘기는 재작년부터 있던 얘기였다. 2022년 11월 한전 KDN 앞에서 매각반대 집회를 시작으로 1년 넘게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데, 사실 피로감이 있고 많이 지쳐있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다들 실망하거나 좌절하거나 절망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비교적 담담하게 잘 받아들이고 있고 어떻게 싸워나가야 될지 노조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 법적 투쟁을 예고했는데 계획은.
"일단 법무법인을 선임을 해서 이번 의결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을 낼 계획이다. 우리 사주조합과 시민 주주에다가 노동조합까지 함께 한다. YTN 사영화는 단순히 지분이 넘어갔다고 해서 완결되는 게 아니다. YTN이 자본, 사주의 논리대로, 오너 일가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보도와 취재가 움직이는 게 사영화다. 그럴 일은 절대 없다. YTN 언론노동자들의 권리, 공정방송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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