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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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혈당 체크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당신의 말에 화들짝 놀란 내 손을 꼭 잡던 날이 2012년 3월 26일이었어요.
그날 아침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고 목청 높여 고백하던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해요.
"여보! 우리 좀 걷자. 다음 주부터 교회 나가야지." 당신의 말에 내가 신나서 당신 팔짱을 끼고 서둘렀지요.
당신과 나는 눈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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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혈당 체크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당신의 말에 화들짝 놀란 내 손을 꼭 잡던 날이 2012년 3월 26일이었어요. 그날 아침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고 목청 높여 고백하던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해요. 이 순간까지 긴 터널을 무사히 지나온 것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이고 기적이었음을 감동하며 아침 식사를 거뜬히 했었지요.
“여보! 우리 좀 걷자. 다음 주부터 교회 나가야지.” 당신의 말에 내가 신나서 당신 팔짱을 끼고 서둘렀지요. 안방부터 아이들이 지내던 방을 차례로 걸으면서 우리들의 지나온 추억을 말했어요. 이 방에서 정이 많은 영국 신사 큰아들이, 이 방은 사랑하는 내 효녀 딸 선주가, 여기는 심지 굳은 내 막내아들이 행복을 준 곳이라며 두 바퀴를 돌았지요. 심성이 고운 자식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복 받은 부부라는 것을 공감하며 손을 꼭 잡았지요.
“근데, 당신은 키가 작은데, 나하고 이렇게 사이즈가 잘 맞는 걸 오늘 처음 느끼네.” 그때 우리 한바탕 웃었지요. 당신은 체중도 줄고 얼굴이 수척했지만 환한 미소에 유머는 여전히 위트가 넘쳤어요.
42년 동안 내게 베푼 사랑을 내가 무엇으로 다 보답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당신에게 효도를 다 할 것이라고 절절한 감동의 말을 전하곤 했지요. 그것이 당신이 내게 하는 마지막 인사라는 것을 몰랐어요. 긴 밤 11시에 당신은 주님 곁으로 떠났어요. 기화요초 같은 천국이라도 지상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기가 못내 아쉬웠지요. 평소에도 하나님께 사랑의 빚진 자라고 늘 고백하던 당신에게 주님께서 충분한 시간을 더 주시리라 믿었어요.
주님이 당신을 데려가신 그 시간 나는 창자가 끊기는 아픔으로 회개했어요. 세상 욕심 때문에 주님 뜻과 예정을 분별하지 못한 내가 한심스러웠어요. 가끔은 당신이 부러워요. 꽃이 가장 예쁘게 피는 아름다운 봄날에 주님의 부름을 받았으니까요. 하나님의 아들로 죄악이 팽배한 이 땅에서 구별되게 살아보려고 애쓰던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을 두면 질투하신다잖아요.
당신과 나는 눈치가 없었어요. 눈치가 백 단인 하나님을 당할 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여보! 세월이 약이라더니 처음엔 당신이 없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내 눈엔 눈물이 마르지 않았어요. 온통 캄캄했던 날들이 이제는 밝아졌어요. 어느 날 부지중에 주님이 저를 부르실지 몰라 몸도 마음도 분주해요. 당신이 부탁한 숙제까지 마쳐야 낙제를 면할 테지요. 날마다 나를 깎고 문지르고 굴려서 자꾸 몽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녀들의 격려와 사랑 많이 누리고 있어요. 지상의 걱정은 잊으셔도 돼요. 당신의 성화 된 모습을 주님이 보여 주셨어요. 맘에 있으면 꿈에 보인다는데 요즘엔 꿈에도 안 보이네요.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요. 아름다운 천국 얘기만 들려주면 모순투성이인 이곳에서 어찌 살겠어요. 주님의 기쁨과 찬송이 되도록, 천국에서도 저를 잊지 않으리라 믿고 살게요.
이곳 지상의 나날은 점점 어려움이 많아지고 있어요. 당신 곁으로 갈 때까지 고통 없는 낙원에 입성할 때까지 믿음 안에서 굳건하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천국을 사모하는 아내가.
<볶음의 역설>
- 김국애
달달 볶아 맛을 내는
인간의 묘한 입맛
바다에 윤무 즐기며
꽃으로 피어나던 그대들
망망대해 찾아다니는 어부들
무작위로 낚아 채 끌어 올렸다
가마솥에서 쪄 죽고 땡볕에 말라 다시 죽어
기름 둘러 볶이던 그대들
밥상에 올려놓고
옳게 볶았느니 설 볶았느니
아! 인간의 변덕스러운 입맛
뼈속까지 볶여버린 멸치,
눈길이 아리고 아리다
인생도 세파에 볶이고
질병과 파멸의 불 시련에 볶이면
날카로운 모서리도 둥글둥글해진다
내 인생에 내리막길은 없다는
빳빳한 목뼈
성령의 불 시험에 볶이면
철판 같은 자존심도
바닥까지 낮아진다
죽다 살아나기까지 볶여야
꽃이 되는 인생
볶음의 역설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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