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새주인 찾기 '무산'…인수 실패한 하림 주가 16% 급락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새 주인’ 찾기가 무산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 컨소시엄(하림 자회사 팬오션-JKL파트너)과 정부(산업은행ㆍ해양진흥공사)의 주주 간 계약 협상이 불발되면서다. 7일 산업은행(이하 산은)에 따르면 “산은ㆍ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와 우선협상대상자는 7주에 걸친 협상 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하림 컨소시엄은 지난 12월 HMM 매각(지분 57.9%) 본입찰에서 6조4000억원을 써내 동원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본계약(주식매매 계약) 협상부터 삐걱거렸다. 협상 시한을 지난달 23일에서 이달 6일로 한차례 연장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히지 못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매각 후 실질적인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난항을 겪은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HMM이 국가 해운산업에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하며 확실한 ‘안전장치(경영권 안정)’를 담은 주주 간 계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하림 컨소시엄은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늦춰달라고 요구했으나 매각 측 반대에 포기했다.
산은ㆍ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상당의 영구채가 올해와 내년 주식으로 전환(조기상환청구권 행사)하면 하림의 지분율은 57.9%에서 38.9%로 떨어진다. 반면 산은과 해진공은 HMM 매각 이후 영구채 전환권 행사로 2대 주주(지분 32.8%)로 남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MM 잔여 영구채가 전환되면 (하림은) HMM의 독립경영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JKL파트너스의 ‘5년간 지분 매각 금지’ 조항에서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JKL파트너스는 하림컨소시엄의 자금 지원사격을 맡은 재무적 투자자(FI)다. 자금을 조달한 뒤 회수해 수익을 내는 FI 특성을 반영해달라는 게 하림 측 요구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IB 측의 해석이다.
하림그룹은 7일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해진공)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림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매각이 무산된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하림은 자회사인 팬오션을 통한 3조원 상당의 유상증자, 2조원 이상의 인수금융, JKL파트너스의 지원 등으로 6조4000억원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매각이 불발되면서 HMM의 지분 57.9%를 보유한 산은과 해진공이 다시 대주주로 남는다. IB 업계에선 단기간 재매각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HMM 인수전이 진행되는 동안 홍해 사태로 인한 운임 급등, 해운동맹 재편 등으로 해운업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HMM 매각 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림 그룹주와 HMM의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 인수가 불발된 하림 주가는 전날보다 16.18% 급락해 3135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하림 자회사인 팬오션 주가는21.09% 치솟았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해소되면서다. 반면 HMM 주가는 0.42% 소폭 하락한 1만90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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