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금리 후폭풍...지역은행 파산 위기, 신용카드 연체율 12년만에 최고
미국에서 고강도 긴축의 여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투자금을 댄 지역은행 파산 위기로 번지는가 하면, 카드빚 연체율은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주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에 따른 수익 악화를 알린 후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는 약 60% 하락했다. 6일(이하 현지 시간)에도 전날보다 22.2% 급락한 4.20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199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37.6%, 이달 1일 11.1%, 5일 10.8%에 이어 최근 네 차례나 두 자릿수 대 급락하면서 일주일 만에 시가총액 약 45억 달러(5조9700억원)가 증발했다.
우선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NYCB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으로 강등한 영향이 컸다. 무디스는 NYCB의 손실과 자본금 감소 등을 이유로 장기등급을 ‘Baa3’에서 ‘Ba2’로 두 단계 강등했다. 전날 신용평가사 피치도 NYCB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못박았다.
이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출석해 “상업용 부동산 이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일부 금융기관이 있을 수 있다.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전한 것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NYCB 최고위험책임자(CRO)와 감사책임자가 최근 돌연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임 회피 의혹도 제기된다. 일부 주주들이 NYCB가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을 숨겼다며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거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관건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익스포저(위험)가 어디까지 전이되느냐다. 미국증시 내 지역은행 주가를 추종하는 KBW 지역은행 지수는 지난 6거래일 간 12.6% 하락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중소형 은행이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28.7%를 보유하고 있다. 해크만 웰스 파트너스의 러셀 해크만 창업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어둡다는 증거가 많은 데다 최소한 오피스 시장의 경우 대중에 알려진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당국은 여전히 일부 중소형 은행의 문제일 뿐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은행들의 위험 관리, 대손충당금 확보, 배당정책 조정 및 유동성 유지 등을 위해 당국이 은행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 관리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 고금리ㆍ고물가에 카드빚에 의존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용카드 부채는 1조129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4.5%(1430억 달러) 늘어났다. 신용카드 연체율(90일 이상 연체 전환 기준)은 6.36%로 1년 전보다 2.35%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2분기(6.9%)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18∼29세 청년층의 카드 연체율이 9.65%로 가장 높았고, 30대의 연체율도 8.73%에 달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연체율도 0.82%, 2.66%로 1년 전보다 각각 0.25%포인트, 0.44%포인트 올랐다.
고강도 긴축에도 미 경제가 지난해 4분기 3.3% 성장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젊은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미 청년층을 중심으로 생활비를 아껴 저축을 늘리는 ‘생활비 관리 선언(loud budgeting)’ 챌린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유명 코미디언의 제안으로 시작된 챌린지인데 올해 들어 약 60만 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렌딩트리의 수석 신용분석가 매트 슐츠는 “미국인들은 여전히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점 더 신용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뉴욕 연은의 윌버트 반 데어 클로우 경제연구 고문은 “신용카드와 자동차대출 연체 전환이 팬데믹 이전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재정적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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