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살에 발달장애와 함구증 판정…‘이것’으로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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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 로비에서 진행 중인 'IBK드림윙즈전'에서 만난 김기정 작가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며 방긋 웃어 보였다.
사람들의 순수한 칭찬과 사진 촬영 요청, 그림 판매 등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김 작가의 마음속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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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달장애 예술인에게 관심과 공감해줬으면”
7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 로비에서 진행 중인 ‘IBK드림윙즈전’에서 만난 김기정 작가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며 방긋 웃어 보였다.
김 작가는 8살에 발달장애와 선택적 함구증을 판정받았다. 선택적 함구증은 말을 할 수 있지만, 특정 상황 외에는 말하지 않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실제로 그는 부모님과 여동생 외에는 그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을 정도고 소심한 소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김 작가의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김 작가는 동물이 주인공인 그림을 주로 그리는데, 그중에서도 고양이와 고래를 특히 좋아한다.
그가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밀알학교를 재학 중이던 16살부터다. 김 작가의 그림을 본 지인들의 추천으로 밀알복지재단에서 2017년 진행한 성인발달장애인 작가 자립 지원사업 ‘인 블라썸’에 선정된 것이 화가로서의 첫 발걸음이었다.
이후 유수의 단체 전시와 개인 전시 등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가던 김씨는 2021년 큰 변화를 맞이했다. 그는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창작스튜디오에서 개인전 ‘기정다운 아름다움’을 열었는데,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며 행복해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가까이 마주한 순간이었다.
사람들의 순수한 칭찬과 사진 촬영 요청, 그림 판매 등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김 작가의 마음속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 제일 먼저 휴대전화부터 바꿨다. 그리고 외삼촌부터 시작해 본인의 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사람들에 전하는 고마움의 인사였다.
김 작가의 엄마 정경숙씨는 “딸의 마음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지만, 전시회를 통해 그동안 응크러져있던 자신감과 용기를 되찾은 것 같다”며 “딸을 위해 기도해 준 가족들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제 처음 보는 사람과도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증세가 많이 호전됐다. 정씨는 “부모가 떠난 뒤에도 기정이가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며 “발달장애인 부모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사회가 발달장애 예술인에게 지금보다 많이 관심을 갖고 공감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원로목사)이 오는 23일까지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 로비에서 ‘IBK드림윙즈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14명의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참여하는데 김 작가도 그중 한 명이다. 작가들은 2023년 4월부터 1대1 미술 교육, 작품 전시회, 예술상품개발 등을 거쳐 9개월간 전문작가 육성을 위한 교육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에게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저는 계속해서 좋은 그림을 많이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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