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통합지주사 앞날은…공동 경영 ‘양날의 검’ 지적도
공동 경영 ‘양날의 검’ 지적도
이번 통합으로 두 그룹이 얻을 이득은 명확하다. 한미약품그룹은 상속세 이슈를 단번에 해결한 데다 신약 개발 비용 우려를 상당 부분 덜게 됐다. OCI그룹은 제약·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키워갈 동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전례 없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 통합지주사 체제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OCI그룹과 한미그룹처럼 이종(異種) 산업 간 통합과 공동 경영은 국내는 물론 해외로 시야를 넓혀도 드물다. 이종 산업 인수합병(M&A) 사례는 다수 있지만 서로 다른 오너 일가가 그룹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게 재계 평가다.
두 그룹이 상호 신뢰와 균형을 강조했지만 의사 결정의 실질적인 무게중심은 OCI그룹이 쥐게 됐다. 통합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을 지배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로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을 아우르는 통합지주사 역할을 맡는다.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를 총괄하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 그룹 간 세부적인 계약 조건이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공동 경영 체제의 기한이 정해져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재계에서는 통합지주사 체제 아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두 그룹은 각자대표 체제로 통합지주사를 운영한다. 이사회 역시 양쪽이 팽팽한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통합 초반에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해서라도 이사회 운영에 각별한 공을 쏟겠지만 대규모 투자 건을 두고 이견을 빚을 경우 이사회 통과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정경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OCI홀딩스에 대해 “단기간 이종 산업 간 시너지 효과와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약업 CEO와 공동 경영 체제가 단기적으로 OCI홀딩스 기업가치 개선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번 통합이 ‘양날의 검’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불확실성이 높은 바이오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M&A가 활발해지는 촉매가 될 수 있다. 반면, 이종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진입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간에 지분을 매각하고 나간다면 오히려 국내 바이오 산업을 퇴보시킬 수 있단 시각도 존재한다.
OCI그룹 본업은 태양광 산업으로 이런 시장은 자본집약적, 중앙집중적 생산 구조가 요구된다. 바이오 산업 속성은 이와 천양지차다. 통상 10년 이상 연구개발에 주력하다가 임상 3상 완료 뒤에나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현금 창출 없이 오랜 기간 설비 투자가 지속되는 무형자산 기반 산업과 유형자산 중심 산업은 투자 사이클과 현금 회수 패턴이 전혀 다르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진출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도 질적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지만, 성과에 조바심을 낸다면 위험 감수가 본질인 신약 개발 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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