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합병 구상 어떻게 나왔나…상속세 고민하다 모녀가 주도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2. 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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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합병 구상 어떻게 나왔나

상속세 고민하다 모녀가 주도

대립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상속세 납부 이슈는 새로운 양상을 불렀다. 임성기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2307만6985주(34.29%)를 보유했는데 타계 이후 송 회장에 698만9887주를 상속했다. 임종윤, 임주현, 임종훈 사장에는 각각 한미사이언스 주식 354만5066주가 상속됐다. 이에 따른 상속세만 5000억원이 넘었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라데팡스에 투자하기로 한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7월 부실 논란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으며 투자를 철회하면서 일이 어려워졌다.

이때 모녀가 꺼낸 ‘묘안’이 OCI와의 합병이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는 12일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각 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현물출자 18.6%, 신주 발행 8.4%)를 취득하고, 임 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한미약품그룹 측은 이번 OCI 통합에서 장녀인 임주현 사장을 명확하게 내세웠다. 그룹 측은 임주현 사장을 내세운 이유로 ‘전략기획실장’으로 장남인 임종윤 사장보다 회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그간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과 통합으로 상속세 이슈를 해결한 데다 신약 개발 비용 우려를 상당 부분 덜게 됐다. (매경DB)
공동 경영 시너지 효과 있나

한미, R&D 동력 …OCI, 바이오 다각화

OCI·한미약품 공동 경영 체제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한미약품그룹이 실리를 챙겼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미약품은 상속세는 물론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자금 이슈를 해결할 전략·재무적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런 시각은 주가에서도 엿보인다. 지난 1월 12일 한미약품그룹과 통합 소식을 발표한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15일 OCI홀딩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 떨어진 10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월 16일에는 주가 낙폭이 더 컸다. 전날보다 7.5% 떨어져 9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흐름은 1월 17일에도 이어졌다. OCI홀딩스가 얻게 될 사업·전략적 시너지는 미래 기대이익이지만, 주주 입장에선 현금 순유출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신약 개발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 현금 창출 역량이 결합되면서 신약 개발 동력을 확보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2021년까지 한미약품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8~20% 수준을 보였지만 최근 이 비중은 10% 초반대로 줄었다. 이는 화성 팔탄공장, 평택 바이오플랜트 등 대규모 설비 투자와 사노피 퀀텀 프로젝트 계약금 반환(약 2500억원)으로 곳간 사정이 빠듯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소요 자금을 차입금으로 조달하면서 한미약품 차입금 의존도(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는 40%를 훌쩍 웃돈다. 통상 이 비중이 30%를 웃돌면 재무 위험 수준으로 본다.

이에 비춰, OCI그룹 현금 창출 역량은 한미약품그룹에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2022년 연결 기준 OCI홀딩스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조원을 웃돈다. 연간 EBITDA 창출 능력이 7000억원을 넘는다. EBITDA는 영업이익(EBIT)에 감가상각비용을 더한 개념으로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영업현금흐름은 5000억~6000억원대 수준을 기록 중이다. OCI홀딩스의 현금과 현금성자산도 1조706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한미약품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882억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비만 신약 연구개발에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한미약품은 5종의 비만 신약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의 유상증자로 손에 쥔 24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채무 상환에, 1400억원을 운영 자금으로 쓰겠다고 공시했다. 1400억원은 신약 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OCI홀딩스가 ‘밑지는 장사’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단기 주가는 하락했으나 한미사이언스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싸게 샀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OCI홀딩스가 실질적으로 지출할 현금은 5175억원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OCI홀딩스가 이 자금 전액을 외부에서 차입할 경우 부채비율은 4.7%(지난해 3분기 기준)에서 25.3%로 오른다. 하지만 두 그룹 통합 시 연간 EBITDA가 1조원에 달할 전망으로 부담이 적다고 분석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을 찾는 수요가 많아 본업이 여전히 탄탄하다”며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경쟁력 있는 바이오 회사를 인수했으니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도 이우현 회장이 획득한 무형자산으로 평가된다. 이우현 회장은 2018년 부광약품과 합작해 바이오 투자사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했고 이듬해 OCI 미국 중간지주사인 OCI엔터프라이즈 아래 OCI인베스트먼트를 두고 바이오 투자에 나섰다. 다만,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022년 지분 10.9%를 확보한 부광약품은 OCI그룹 편입 첫해인 2022년 연간 기준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도 218억원 적자를 냈다.

OCI그룹은 한미약품그룹 지분 투자와 공동 경영 체제에 따른 지식 이전 효과(Knowledge-Spillover)도 기대한다. 한미약품그룹이라는 든든한 우산 아래 조직 간 지식과 기술이전, 혁신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부광약품은 신경계통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두고 있다. 한미약품의 신경계 분야 연구개발 실적은 상대적으로 취약해 이 부분에서 협력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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