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의 난’ 한미약품…웃는 자는 따로 있다 [스페셜리포트]
“더 이상 송영숙(모친)과 특수관계인으로 볼 수 없다.”
한미약품그룹의 ‘모자(母子)의 난(亂)’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대해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대립 중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송 회장과의 지분상 특수관계가 없다고 공시했다. 이전과는 다른 행보로, 모자 관계에 확실히 선을 긋고 ‘전투태세’를 갖춘 모양새다.
창업회장인 임성기 회장 사후, 한미약품그룹은 송 회장을 중심으로 임종윤·주현·종훈 삼 남매는 물론 그 배우자와 직계 비속 등을 모두 특수관계인으로 분류한 주식 보유 내역을 공시해왔다.
하지만 지난 1월 17일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 작업의 핵심 중 하나인 신주 발행에 대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을 들어본 적 없고, 그 어떤 고지나 정보·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줄곧 반발해왔다. 이어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경영권 행사와 관련해 이견이 있던 중 최대주주인 송영숙이 임종윤·종훈의 의사에 반해 신주 발행을 추진했다”며 더 이상 송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는 의미로 새로운 주식 보유 보고서를 제출했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수원지법에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2월 7일 첫 심문이 진행된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그룹은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 있지 않다”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임성기 회장 타계 뒤 장녀 급부상
창업주 임성기 회장은 세 자녀가 한미약품에서 일찍 일을 시작하기를 바랐다. 장남 임종윤 사장(52)은 2004년 북경한미약품에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섰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해 북경한미에서 총경리, 동사장(회장)을 역임했다.
임성기 회장은 이미 자리 잡은 본사 대신 북경한미에서 경영을 익히도록 했다. 임종윤 사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뒤인 2009년 한미약품 신임 이사로 경영진에 합류했다. 이후 한미약품 BD총괄 사장, 한미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을 거쳤다.
둘째 임주현 사장(50)과 셋째 임종훈 사장(47)도 유학을 마친 뒤 일찌감치 한미약품에서 일을 시작했다. 미국 스미스칼리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임주현 사장은 정부의 아셈 준비기획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1년 한미헬스케어 전신 메디룩스에 입사했다. 임성기 회장은 임주현 사장에게 “사람 보는 안목을 키우라”고 주문했고, HR 업무를 주로 맡았다. 2010년 이후 신약 라이선스 딜 업무에 직접 참여하며, 2015년 대규모 신약 라이선스 협상에서 임 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임종훈 사장은 2002년 한미약품 영업사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도쿄사무소 설립에 참여했고 2007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경영기획과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을 해왔다.
각자 역할을 분담해온 세 자녀의 경영 구도는 2020년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흔들렸다. 애초 임종윤 사장으로 경영 승계 무게추가 옮겨 가는 듯했으나, 임성기 회장 지분 상속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고문이었던 부인 송 회장은 법정 비율 상속에 따라 단박에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가 됐다. 송영숙 회장이 11.66%로 가장 많고, 임종윤(9.91%), 임주현(10.2%), 임종훈(10.56%) 사장이 비슷했다. 송 회장은 경영에도 직접 나섰다. 그간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를 맡아왔는데 송 회장이 공동대표로 뛰어든 것이다.
그러다 2022년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송 회장 단독 경영 체제로 바뀌자 뒷말이 무성했다. 18년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재직한 임 사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임주현 사장과 임종훈 사장도 등기임원에서 모두 빠지며 새로운 후계 구도가 점쳐졌다. 이때부터 송 회장과 임종윤 사장 갈등설이 불거졌다.
모친(송영숙 회장)과 딸(임주현 사장) 대(對) 두 아들(임종윤·종훈 사장)의 구도가 형성된 건 지난해였다. 2023년 7월 임주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으로 부임하며 “송 회장이 딸을 후계자로 택했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한미사이언스는 임주현 사장의 전략기획실장 임명 보도자료에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협력해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할 것”이라며 주요 플레이어가 두 사람임을 공식화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의 리더십과 임주현 사장의 기획을 기반으로 혁신 신약 R&D, 글로벌 비즈니스, 디지털 헬스케어 등 전체 그룹사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모녀가 뭉치는 사이,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업무와는 별개로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와 2007년 홍콩에 설립한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 회장으로 활동해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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