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북극서도 전쟁 중...빙하 녹자 자원 눈독, 한국도 참전
지난해 6월 미국은 노르웨이 북단의 소도시 트롬쇠에 외교공관을 만들고 영사를 파견했다. 1994년 냉전 종식과 함께 폐쇄했던 공관을 30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다.
수도 오슬로에서 북쪽으로 1600㎞ 떨어진 인구 8만의 작은 도시에 외교 공관을 만든 건, 북극이 신(新)냉전의 최전방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몇 년 새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자연히 북극의 전략적 가치도 부상했다.
북극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석유, 희귀 광물 등을 놓고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은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중국까지 '근(近) 북극 국가'를 자처하며 지분을 챙기는 중이다.
지난달 29일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열린 '북극 프런티어'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북극 프런티어는 노르웨이·캐나다·미국 등 북극 인접국을 포함한 총 20여 개국의 총리·장관급 인사가 참석하는 연례 국제회의다. 한국에서는 박종석 외교부 극지협력대표,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의 신형철 소장 등이 참석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자유주의 진영의 단합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북극권 국가 협의체인 북극이사회에는 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 등 러시아 인접 국가가 다수 포함돼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북극이사회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돌발 행동을 하자 가장 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도 북극권 국가다.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은 나란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도 '북극 외교'의 장에서 입지를 키우고 있다. 에스펜 바르스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북극 프런티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 "북극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회원국 뿐 아닌 한국과 일본 등 옵서버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13년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가 되면서 북극 개발과 관련한 모든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됐다.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국은 한국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 13개국이다.
한국은 2013년 옵서버국 지위 획득에 이어 2021년에는 '북극해 어업 협정'(CAOFA)에 참여하며 운신의 폭을 넓혔다. CAOFA는 중앙 북극해 공해상에서의 조업 활동을 최장 16년 동안 유예하는 내용의 국제 협정이다.
북극해 수산 자원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북극해 연안 5개국(미국·러시아·캐나다·덴마크·노르웨이)과 비연안 5개국(한국·중국·일본·아이슬란드·유럽연합)이 뜻을 모았다. 백악관 북극 정책 고문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발턴은 이번 북극 프런티어에 참석해 "북극 이슈와 관련해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나가겠다"며 "한국의 쇄빙선 연구와 CAOFA 참여 등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지난달 31일 북극 프런티어에서 CAOFA 체결 과정과 의의에 대해 발표했다. 100석 넘는 세미나실이 해양학 전공자, 정책 입안자, 취재진 등으로 꽉 채워졌고 서서 듣는 참가자가 나올 정도로 현지의 관심이 높았다. 신형철 소장은 "한국은 2022년 CAOFA 창립총회에 이어 지난해에는 당사자국 총회를 개최했다"며 "비 북극권 국가인 한국의 북극 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높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트롬쇠=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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