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권 탄생 책임져야" 野공관위원장, 친명·친문 싸움 불붙였다

손국희 2024. 2. 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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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인사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발언이 당내 친명-친문 계파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 “중립적이어야 할 공관위원장이 이재명 대표 코드만 맞추는 거 아니냐”(민주당 수도권 의원)는 비판도 제기된다.

임 위원장은 6일 1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노형욱 전 장관은 광주 동남갑에서 공천 배제됐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에도 “문 정부에서 검찰 정권 탄생에 기여한 분이 있다면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겠나”라며 자발적 용퇴를 제안했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중앙당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10 총선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친문계는 반발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6일 페이스북에 “대선 패배와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7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은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가 연일 화두”라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사유화와 정치권력을 향한 본색을 드러냈고, 문재인 정권은 막아서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통합과 연대의 정치가 절실한 때에 무엇이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명계는 임 위원장 발언을 거들었다.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에 대해 문재인 정부 인사는 그 누구 하나 책임 있는 사과나 반성이 없다”며 “윤석열 정권 심판이 화두인 이번 총선에서 정권을 빼앗긴 주역이 출마하려면 납득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친명계의 야권 관계자는 “친명 인사의 도전은 ‘자객’이라고 공격받는데, 정작 전 정부 인사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총선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장이 커지자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공관위는 공관위만의 일정과 기조가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 당 공관위원장은 대체로 자기 색깔이나 소신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았다. 정치인의 ‘생사여탈'을 쥔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공관위원장이 설화에 휩싸이면 파장을 걷잡을 수 없어서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부패 혐의에 연루된 후보자에 대해 “대법원 유죄 판결받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임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소수정당 (배분)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국회가 속히 타결하길 바란다”고 제시했을 때도, 당에서는 “공관위원장이 선거제를 언급하는 거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만 해도 민주당 지도부는 준연동형보다 권역별 병립형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야권 관계자는 “의도가 어떻든 임 위원장의 발언은 특정 계파에 유리하고, 다른 쪽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무(無)계파적인 공정한 기준을 적용해 통합을 이루겠다’(1월 24일)는 임 위원장의 다짐을 본인 스스로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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