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부진, 결국 클린스만의 K리그 등한시와 '업무량 부족'에서 시작됐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민국이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다. 4강이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경기력, 대회 중 뭘 개선해야 하는지 뻔히 보이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던 무기력한 운영이 문제로 떠올랐다. 거슬러 올라가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직후 시작된 적은 업무량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부임한 뒤 아시안컵을 준비해 온 클린스만 감독은 핵심 선수들 위주로 발을 몇 번 맞춰보기도 바쁜 시기라는 이유로 선수 발굴과 실험을 등한시했다. 일리는 있었지만, 동시에 위험요소도 있는 노선이었다. 특히 주요 포지션의 주전급 선수를 단 한 명만 발굴해 놓고 백업 멤버조차 제대로 찾지 않는 점이 우려 대상이었다.
감독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이 대회에서 맹활약해주면 괜찮지만, 부진하거나 부상당하는 순간 위험요소는 진짜 위험으로 바뀐다. 그리고 주요 포지션의 위험요소가 빠짐없이 불거지고 말았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는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붙박이었던 정우영이 물러나면서 대체자 발굴이 시급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박용우에게 신임을 보냈다. 문제는 박용우의 경쟁자 겸 백업이었다. 평가전에서 이순민을 약간 기용했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아예 투입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기존 평가전 멤버의 부상으로 추가발탁됐던 박진섭이 그나마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조금씩 팀에 기여했지만 박용우를 대체할 선발 멤버까지는 되지 않았다. 박용우가 대회 중 하락세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갈 때 대신 기용할 선수가 없었다는 건 멤버 구성의 문제였다.
왼쪽 측면 수비수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기제 기용을 고집했다. 그러나 이기제는 국가대표로서 처음 임한 메이저 대회에서 첫 경기 초반 경고를 받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부상까지 당했다. 이후 원래 라이트백이었던 설영우가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은 김태환이 맡았다. 이 두 선수가 붙박이로 뛰게 되면서 풀백 포지션의 자원 부족이 갈수록 문제로 부각됐다.
스트라이커는 황의조가 불법촬영 혐의로 이탈한 뒤 스트라이커를 추가 충원하지 않고 조규성, 오현규 두 명만으로 대회에 돌입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소속팀 셀틱에서 많이 뛰지 못한 오현규를 조커 정도로 간주했지 선발로는 쓸 생각이 없었다. 결국 조규성만 선발로 들어갔다 나가기를 반복했는데, 안 그래도 최근 프로팀에서 득점 추이가 나빴던 조규성이 과도한 부담감까지 더해지자 한국의 최전방은 급격하게 약해졌다.
하필 선수를 충분히 뽑지 않았던 이 포지션의 조규성, 박용우, 이기제는 모두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과 경기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이는 각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경험 부족과 최근 소속팀에서의 경기력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높은 부진이었다. 주전의 컨디션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대체자와 경쟁자를 마련해두지 않은 건 각 선수가 아닌 팀 운용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대회 중 조규성과 박용우를 선발 라인업에서 여러 번 제외한 건 역시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대체선수를 뽑지 않았기 때문에, 조규성을 빼면 스트라이커 없는 포진이 되고 박용우를 빼면 수비형 미드필더 없는 포진이 됐다. 이 전술변화는 매번 실패했다.
지휘봉을 잡은 뒤 주어진 시간이 대략 1년에 불과했기 때문에 온전한 팀을 꾸리기 힘들었다는 클린스만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러므로 더욱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더 필요한 업무를 우선시해야 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토트넘홋스퍼, 바이에른뮌헨 등을 순방하면서 이미 선발을 확정한 선수들을 만나는 데 시간을 할애했으며 미국 자책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었다. 그렇다고 해서 손흥민과 이강인 등 핵심 선수들의 경기력과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냈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했다. 이들 주전 선수들이 헌신을 보여준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과도한 압박의 영향인 듯 무리한 위치에서 공을 받고 공격을 무산시키는 장면이 반복됐다는 점이었다. 스타 선수들의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도 역시 실패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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