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관.종]'저PBR 바람' 타고…52주 최고가 달리는 현대차
9개월 만에 52주 신고가, '벚꽃 배당'도 수급 호재
PBR 0.58배, 10대 상장사 중에 꼴찌
영업익은 상장사 중 1위…북미·유럽 성장세 뚜렷
편집자주 - 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한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 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대표 종목으로 통했던 현대차 주가가 드디어 고개를 들고 있다. '역대급 실적'에도 지지부진했던 현대차 주가는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바람을 타고 쾌속 질주 중이다. 지난 2일 52주 최고가를 9개월 만에 갈아치운 현대차는 5일에도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전장보다 4.85% 오른 23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현대차는 에프앤가이드에서 주간 검색 순위 2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증권가는 현대차의 목표가를 줄줄이 상향하고 있다. 목표가로 30만원 이상을 제시하고 있는 곳도 등장했다. 2021년 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28만9000원)를 넘는다고 본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이달 말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주 중 하나가 현대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방안 노력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특히 '저PBR' 1배 이하 기업의 개선안을 요구한 일본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들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시가총액 상위 기준 10대 기업 가운데 PBR이 가장 낮은 기업이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0.58배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PBR 1배는 자동차가 이끌 것"이라고 했다.
4년 만에 영업익 300%↑…2026년 세계 1위 전망도2023년 현대차는 창사 이래 역대 최대의 매출(162조6640억원)과 영업이익(15조1270억원)을 올렸다. 현대차의 영업익은 2019년(3조6850억원)과 비교하면 310% 증가했다. 영업익 기준 국내 상장사 1위다. 이 부문에서 14년 연속(2009~2022년) '왕좌'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3위(6조5700억원)로 밀렸다. 2위는 같은 현대차그룹의 기아차(11조6000억원)였다. 현대차는 자동차 업체로는 역대 처음으로 '수출의 탑'을 받기도 했다. '수출의 탑'은 단일 법인(기업)이 달성한 수출실적이 특정 구간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경신할 때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는 상이다.
현대차의 '폭풍 질주'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판도 뒤흔들고 있다. 기아차와 함께 현대차그룹이 2026년에 판매량 기준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2026년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이 920만대로 글로벌 1위 업체에 오를 것이며 일본의 도요타가 890만대, 폭스바겐그룹이 770만대로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순위는 도요타가 1115만대로 1위, 폭스바겐그룹이 2위(923만대)이며 현대차그룹이 730만대로 3위(현대차 422만·기아차 308만)였다.
강력한 라인업, 북미·유럽 비중↑
과거엔 '넘사벽'으로 보였던 도요타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원동력은 다채로운 포트폴리오에서 나온다. 소형차부터 대형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2023년 4분기 기준 SUV급 차량은 판매 비중의 55.2%이며, 승용차급이 33.4%다. 제네시스가 나머지 5.3%를 차지한다. 전기차(EV)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15.8%에 달했다. 특정 라인업에 판매가 쏠리는 회사들과는 다른 차별점이자 장점이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는 이점을 활용해 (2024년) 하이브리드 등의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탄탄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유럽 지역 영향력 확대도 강점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해외 공장은 유럽(체코·튀르키예·러시아)과 아시아(인도·중국), 북미(미국 앨라배마)와 남미(브라질) 등 4개 대륙에 걸쳐 있다. 지역별 판매 비중은 북미(21.5%), 국내(18.1%), 유럽(15.1%), 기타(45.3%)로 구성된다. 2019년엔 유럽 비중이 13.1%, 북미 비중은 19.9%였다. 4년 만에 유럽·북미의 비중 합계가 33%에서 36.6%로 증가했다.
발 빠른 EV 전환으로 西進 성공…SUV·하이브리드도 탄탄
현대차는 북미·유럽 지역으로의 '서진(西進)'이 성공한 배경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가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하는 등 전기차로의 발 빠른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 바로 유럽 시장이다. 현대차는 2023년 유럽 지역에 22만6000대의 '친환경차'를 팔았다. 2022년 20만7000대에서 10.9% 늘어난 판매량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지난해 12월까지 17개월 연속 판매량 성장세를 이어갔다. 판매 호조는 SUV가 이끌었다. 2023년 북미 지역 판매량 90만6000대 가운데 75.8%가 SUV다. 모든 지역을 통틀어 SUV 판매 비중이 가장 높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북미 지역에 걸맞은 라인업을 내놓은 것이 통한 셈이다.
특히 전기차로의 발 빠른 전환 시도는 현재 세계 1위 업체인 도요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하이브리드와 수소차만 고집한다는 지적을 받는 도요타의 2022년 전기차 판매량은 2만4500대였으며, 지난해에도 10만대를 약간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의 2023년 전기차 판매량(28만5241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주도로 '전기차 전환'에 힘쓰고 있다. 제네시스의 경우 2025년부터 선보이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만들 예정이다. 브랜드 전체로 보면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팔지 않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전략이다.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로 200만대를 잡았다. 이를 위해 현재 울산과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등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EV 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차량 선호는 지속될 것"이라며 "아이오닉의 글로벌 인지도 제고 및 디올뉴싼타페 등의 하이브리드 라인업 성장 여력도 충분하다"고 했다.
역대급 '벚꽃 배당' 온다…수급에 호재
증권가는 현대차의 주주 친화 정책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배당 성향 25%와 연 4회 분기 배당, 그리고 발행 주식의 1%를 매입·소각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결산배당 기준일(2월29일) 전에 매수하면 결산 배당을 받을 수 있고, 3월 주총 이후엔 1분기 배당도 받을 수 있다. '벚꽃 배당'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단기적인 수급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결산 배당은 역대 최대 금액인 주당 8400원이다. 전년도 6000원보다 40% 증가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3월 주총 이후 결정되는 분기 배당금 역시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영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지난해)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년 1%씩 3년간 소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목표치인 3% 소각을 모두 마치고 나면 자사주 추가 매입 등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자사주 소각은 오는 4월 이내로 이행될 예정이다.
발목 잡는 '강성 노조', 상시 리스크로 존재
다만 라이벌 업체와 비교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2015년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가 양적으로는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은 경쟁 업체와 비교해 '프리미엄' 이미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경쟁력의 경우 시간이 해결할 수 있지만 임금·단체협상(임단협) 때마다 반복되는 '강성 노조' 이슈는 끝나지 않는 숙제다.
지난해의 경우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4세로 연장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임단협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간신히 파업 위기를 넘겼지만 정년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의 현대차 공장 노조 가입률도 30%를 넘어서는 등 '노조 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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