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기억 못해 안절부절…바이든, 급히 연설장 빠져나갔다

강태화, 김한솔 2024. 2. 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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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또다시 용어를 기억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장면을 노출했다. 이번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긴급 연설에서 정작 이스라엘을 공격한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긴급 안보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의회에 압박하는 연설 직후 중동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바이든은 머뭇거리더니 “반응이 있었다”고 답했는데, ‘누가’ 반응을 했는지 주어를 명시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진행한 긴급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자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이어 고민하는 듯 잠시 말을 중단하고는 “단어를 좀 골라야겠다”고 말했지만, 재차 주어를 생략한 채 “약간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어디로부터의 반응(response from)…”, “반대 진영(opposition)…”이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바이든은 결국 생방송으로 진행된 연설에서 30초 넘게 이스라엘을 공격한 주체의 이름을 말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고, 취재진 중 한 명이 “하마스인가?”라고 말하고 나서야 “미안하다”며 “하마스로부터 반응이 있었다”는 문장을 간신히 완성할 수 있었다.

바이든의 대답 직후 추가 질문이 쏟아졌지만, 바이든은 난처한 표정으로 “우리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말만 한 채 성급히 연설장을 빠져나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예산안 처리를 압박하는 연설을 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면서 진땀을 뺐다. 그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추가 답변을 피한 채 서둘러 연설장을 빠져나갔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생 81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현직 대통령이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86세까지 미국을 이끌게 된다. 그러나 그는 공식 석상에서 크고 작은 말실수를 반복하거나 계단이나 무대에서 종종 넘어지면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고,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이후엔 고령에 따른 인지 능력과 관련한 각종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을 지지하는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조차 46%가 가장 걱정되는 요소로 ‘바이든의 나이’를 꼽았다.

바이든은 이날 실수 직전인 지난 4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으로 혼동해 발언하며 구설에 올랐다.

2023년 6월 1일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넘어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백악관 관계자들이 달려와 일으켜세우고 있다. 해당 사진은 AFP통신사의 '올해의 사진' 중 하나로 선정됐다. AFP=연합뉴스


그는 2021년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회고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아니 프랑스의 ‘미테랑’이 나를 보더니 ‘얼마나 오래 돌아와 있을 것이냐’고 말했다”라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런데 당시 회의에 참석한 프랑스 대통령은 미테랑이 아닌 마크롱이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던 때 프랑스의 대통령이었고, 28년 전인 1996년 이미 별세했다.

바이든은 이어진 설명에서도 프랑스 대통령을 ‘독일 수상’이라고 불렀고, 아무도 그의 말실수를 현장에서 바로잡지 않았다. 백악관은 추후 홈페이지에 바이든의 발언을 게시하면서 잘못 말한 ‘미테랑’에 줄을 긋고 해당 인물을 마크롱으로 바로잡았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록.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G7 정상회의에서 만난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을 현직인 마크롱이 아닌 미테랑이라고 칭했는데, 백악관은 미테랑을 줄을 그어 지운 뒤 해당 인물의 이름을 마크롱으로 수정했다. 바이든이 2021년 만났다고 언급했던 미테랑 전 대통령은 28년 전인 1996년 사망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바이든 대통령은 1억명 이상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11일 미식축구 결승전 ‘수퍼볼’ 인터뷰마저 거절하는 등 공개적인 기자회견이나 방송 인터뷰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바이든은 취임 3년간 86번의 언론 인터뷰를 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0회, 오바마 전 대통령이 422회 인터뷰에 응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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