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특급 토스 배송하는 IBK기업은행 폰푼
총알같이 빠른 토스가 공격수를 향해 날아간다. IBK기업은행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31·태국)가 V리그 코트를 빛내고 있다.
용인 기흥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폰푼은 "기대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체력적으로도 좋다. 한국 생활도 마음에 든다. 추위도 이제는 적응했다"고 했다.
IBK기업은행은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아시아쿼터 1순위 지명권을 얻자 폰푼을 지명했다. 태국 국가대표이자 주장인 폰푼은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두 번 만나 모두 이겼다. 루마니아, 일본, 인도네시아 등 해외 리그 경력도 많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분명히 맞는 선택이지만 잠시 고민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세터는 동료와의 호흡이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외국인 세터는 2009~10시즌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에서 뛴 블라도 페트코비치(세르비아)가 유일했다.
폰푼 역시 적응이 쉽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V리그 특성도 이해해야 했다. 1, 2라운드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IBK 공격수들도, 폰푼도 서로를 몰랐다. 태국 대표팀으로 비시즌 내내 경기를 치르느라 더욱 시간이 부족했다. 폰푼도 "아주 많이 힘들었다. 쉬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빨리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다른 나라 문화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자 폰푼의 장점이 하나둘 경기에서 드러났다. 공격수에게 빠르게 공을 올려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린다. 폰푼이 토스했을 때 노블록 또는 원블록일 확률은 압도적 1위(33.9%)다. 팀도 조금씩 올라갔다.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던 IBK기업은행은 현재 5위다. 4라운드에서 1승 5패에 그치며, 3위 GS칼텍스와 격차가 벌어지긴 했지만 포스트시즌 희망이 남아있다. 폰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국 생활도 익숙해졌다. 폰푼은 "태국에도 한국 음식점이 있는데, 거기서 접하지 못한 음식들을 많이 먹어봤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다. 냉면에 고기를 싸 먹는 것도 좋아한다"고 웃었다. 고향이 생각나면 재료를 직접 사 집에서 만들어먹기도 했다. 폰푼은 "관중들의 연령층이 다양하다. 모두가 예능 프로그램처럼 배구를 즐겨서 놀랐다. 온지 1년도 안 됐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경기장에서도 폰푼은 눈에 띈다. 만화 캐릭터 '뿌까'를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동그랗게 양쪽으로 말아올린 헤어스타일)과 헤어핀 때문이다. 지난달 올스타전에선 팀 동료 표승주와 최정민이 함께 폰푼과 같은 머리를 하고 나와 댄스 세리머니까지 했다. 폰푼은 "팬들과 함께 하는 경기라 재밌었다"고 했다. 폰푼은 "무지개색처럼 다양한 핀이 있다. 예전엔 운세를 보고 어떤 색이 맞는지를 찾아보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최근 김연경과 양효진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폰푼은 "한국 대표팀 개개인은 좋지만, 팀으로서 만들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태국은 오랜 기간 팀으로 맞춰와 호흡이 좋다"고 했다. 함께 V리그에 온 위파위 시통(현대건설), 타나차 쑥솟(도로공사)에 대해서도 "내가 한국에 온 것도 좋지만, 후배들이 함께 와 기쁘다"고 했다.
다음 시즌엔 아시아쿼터 신청 국가가 64개국으로 확대돼 더 많은 선수들이 올 수 있다. 폰푼이 한국에 남을지도 아직 알 수 없다. 폰푼은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가능하다면 한국에 오래 있고 싶다. 이왕 한국에서 뛴다면 다른 팀보다는 IBK기업은행에서 계속 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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