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대참사 중심엔 클린스만... 이제 축협이 답할 시간

이준목 2024. 2. 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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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전술 부재- 선수 구성 문제점 노출... 변화, 불가피하다

[이준목 기자]

예정된 파국이었다. 그동안 선수들의 정신력으로 간신히 연명해오던 클린스만호의 여정이 끝내 처참한 새드 엔딩을 맞이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월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0-2로 완패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렸던 한국축구의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아시안컵 도전사에서 손꼽힐만한 참사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 요르단 무사 알타마리가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요르단전은 패배도 패배지만, 한국축구의 역대 아시안컵 도전사에서 손에 꼽힐만한 역대급 참사였다. 국제축구연맹(피파랭킹) 랭킹 23위의 한국은 87위에 불과한 요르단에게 경기 내내 압도당했다. 

한국은 경기 동안 점유율은 69.6-30.4%로 크게 앞섰지만, 정작 슈팅 시도는 8-17로 뒤졌다. 심지어 유효 슈팅은 요르단이 7개를 때릴 동안 한국은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주로 월드컵 본선같은 큰 무대에서 한국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유럽이나 남미의 강팀을 상대했을 때나 나올만한 충격적인 기록이다.

한국은 불과 1년여전 동일한 카타르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 멤버는 한국축구 역대 최강으로까지 꼽히던 '호화멤버'였다.

반면 요르단은 월드컵 본선진출 경험이 전무하고 아시안컵도 종전 8강이 최고성적이었을만큼 아시아에서도 강호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팀이었다. 한국을 상대로도 이번 대회 이전까지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바레인과 한국에 이어 E조 3위를 기록하며 와일드카드로 턱걸이 통과했던 요르단이, 토너먼트에서 우승후보 한국을 격침시키고 자국 역사상 첫 아시안컵 결승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한국은 이미 조별리그에서도 요르단을 만나 고전 끝에 2-2로 간신히 비기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요르단의 선전에 주목하기보다는, 한국이 방심한 탓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한번 붙어본 상대와 재대결이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초반부터 처참하게 무너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날 요르단이 전력상 한 수위로 꼽힌 한국을 상대로 언더독 팀들 특유의 선수비 후역습이 아닌, 과감한 전방압박을 통한 '정면승부'를 택하고도 완승을 거뒀다는 것이다. 한국축구가 아시아무대에서 당했던 그 어떤 패배보다도 굴욕적이었던 이유다. 이로써 한국은 요르단과 상대 전적에서 7경기에서 첫 패배를 기록하며 3승 3무 1패가 됐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부진은 요르단전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토너먼트에서 사우디(승부차기 승)와 호주(연장전 2-1 승)를 상대로 극적인 2연속 역전 드라마를 거두며 잠시 가려졌을뿐, 경기력은 대회 내내 심각했다.

클린스만호는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6경기동안 무려 10실점을 내줬다. 이는 8강전에서 이란을 만나 6골을 내주는 '식스투 참사(2-6 패)'가 벌어졌던 1996년 UAE 대회(11 실점) 이후 단일 대회로는 두 번째로 많은 실점 기록이었다. 한국은 6경기 동안 단 한번의 클린시트도 기록하지 못했고, 심지어 피파랭킹 130위의 최약체 말레이시아에도 3실점을 내주는 등 내내 불안한 수비를 이어갔다.

대표팀은 아시안컵 내내 2-3선간의 공수간격 유지에 실패하며 상대에게 무수히 많은 침투공간을 내주었으며 이는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는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김민재의 공백이 컸다. 첫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박용우의 부진 등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라는 불안요소가 끝내 발목을 잡고 말았다. 

공격력도 뛰어나지 못했다. 무득점에 그친 요르단전 직전까지는 5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하며 경기당 2골 이상을 뽑아낸 것 같았지만, 득점루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절반 이상인 6골이 PK(3골), 프리킥(2골), 코너킥(1골) 등 '데드볼' 상황에서 나왔다.

세밀한 공격전술의 부재로 인해 선수들간의 약속된 패턴이나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를 통한 필드 플레이 득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수의 개인기량 혹은 상대 실수로 얻어낸 득점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중 스트라이커가 올린 점수는 사우다와의 16강전에서 종료 직전 조규성의 헤더골이 유일했다.

2선 공격수인 손흥민과 이강인이 각각 3골로 팀내 공동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PK 2골, 세트피스(프리킥)로 1골을 각각 올리며 역시 온더볼 상황에서 득점은 전무했고, 이강인도 토너먼트에서는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한국축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2승 3무 1패를 기록했다. 승부차기로 이긴 사우디와의 16강전을 무승부로 감안하면, 정규시간 90분 이내에 승리를 거둔 경기는 바레인(3-1)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가 유일했다.

결과적으로는 지난 2019년 아시안컵 당시 벤투호(8강)보다 한 계단 더 올라온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4강), 경기력은 오히려 퇴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참사의 중심에는 클린스만이 있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차두리 코치가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모든 참사의 중심에는 결국 클린스만이 있다. 한국축구가 역대급 호화전력으로 이번에야말로 우승의 적기라는 평가를 받았던 아시안컵에서 오히려 졸전을 면치 못하고 퇴장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로, 감독의 무능과 태만을 들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은 이미 지난해 2월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때부터 자질 문제를 놓고 많은 우려를 자아냈던 인물이다. 물론 클린스만은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고 과거 독일-미국 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하며 나름의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현재는 지도자로서 각종 오점을 남기며 사실상 커리어가 끝난 인물이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석연치 않은 명분과 절차로 무리수를 두어가며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우려한 대로 클린스만은 부임 후 근무태만 논란과 잦은 기행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며 팬들의 신임을 잃었다. 중간 평가 무대였던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클린스만호는 선수구성에서부터 문제를 드러내며 잡음에 휩싸였다. 박용우, 이기제, 조규성 등 클린스만호에서 중용되었던 선수들은 하나같이 부진에 빠졌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적절한 활용법에 대한 해결책도 찾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은 이번 아시안컵에 자신만의 뚜렷한 축구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다. 콤팩트하고 스피디한 현대축구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무색무취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다. 특히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는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경기흐름이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도, 전술변화나 선수교체를 통한 적절한 대처에 실패했다. 

그동안 거듭된 비판에도 클린스만은 "평가는 아시안컵이 끝난 후에 해달라"며 아시안컵 우승을 호언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아시안컵을 최악의 결과로 마감하게 되면서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이어갈 명분마저 상실하게 됐다. 

아시안컵은 대참사로 막을 내렸다. 이제는 축구협회가 클린스만과 앞으로 계속 동행할지 대답해야 할 시간이다. 클린스만이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방식, 태도, 성과에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변화는 불가피하다.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해야 할 한국축구 아닌가. 축구협회가 클린스만에게 내려야 할 유일한 결단은 바로 '레드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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