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PO 7차전 영상, 그만 나오게 해줘라" 롯데 주형광 코치의 바람 [괌:스토리]
(엑스포츠뉴스 괌, 김지수 기자) 지난 2월 6일 괌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 야구장.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조 훈련 중 1999년 플레이오프 7차전이 화두로 떠올랐다.
롯데 투수 김도규는 주형광 투수코치가 1999년 플레이오프 7차전 당시 롯데 승리의 순간 환호하는 순간을 따라 하면서 훈련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구승민은 "김도규가 원래 다른 투수들 폼도 잘 따라 하고 흉내를 잘 내는 편이다. 막상 판을 깔아주면 잘 못하는데 훈련 때 자연스럽게 재밌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999년 플레이오프 7차전은 롯데팬들에게는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경기다.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 1992년 한국시리즈 5차전 등 롯데가 KBO리그 정상에 올랐던 순간과 함께 두고두고 회자되는 게임이다.
롯데는 당시 시즌 드림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매직리그 1위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놓고 7전 4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했다.
롯데는 당시 객관적인 전력에서 삼성에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몰리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다. 5차전에서도 9회초까지 3-5로 끌려갔다.
하지만 롯데는 저력을 발휘했다. 1999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자이언츠의 레전드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가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임창용을 상대로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터뜨리며 롯데를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이어 플레이오프 6차전까지 6-5 신승을 거두고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7차전은 각본 없는 드라마 그 자체였다. 4회말 삼성 이승엽, 김기태의 솔로 홈런으로 0-2로 끌려가던 가운데 펠릭스 호세가 추격의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때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던 호세에게 대구 삼성팬들이 오물, 페트병 등을 투척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흥분한 호세가 관중석으로 배트를 집어 던지면서 퇴장당하며 롯데의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롯데는 최악의 분위기를 실력으로 뒤집었다. 20분 넘게 중단됐던 경기가 재개됐고 곧바로 마해영의 동점 솔로 홈런, 김응국의 적시타로 3-2로 게임을 뒤집었다.
롯데는 8회말 수비에서 김종훈에게 2점 홈런, 이승엽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면서 3-5로 다시 벼랑 끝에 몰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대타 임수혁의 극적인 동점 2점 홈런 폭발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롯데는 연장 혈투 마지막 순간 웃었다. 11회초 김민재의 1타점 적시타로 6-5로 역전한 뒤 주형광이 11회말 삼성의 마지막 저항을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주형광이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뒤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모습은 롯데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다.
롯데의 1999 플레이오프 7차전은 25년이 흐른 지금도 스포츠 전문 채널, SNS 등에서 꾸준히 회자된다. 하지만 주형광 코치는 롯데 선수들이 이제 자신의 현역 시절 모습이 아닌 새로운 가을의 역사를 써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주형광 코치는 롯데 자이언츠 역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1994년 데뷔 후 2007년 은퇴할 때까지 롯데 유니폼만 입으며 원클럽맨으로 커리어를 마감했다. 통산 386경기 1524⅓이닝 87승 82패 9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3.83의 발자취를 남겼다.
1996 시즌 30경기 216⅔이닝 18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6 221탈삼진으로 다승, 탈삼진 타이틀을 따내고 2관왕에 오르는 등 1990년대 롯데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다.
박세웅은 "주형광 코치님께서 아직도 본인이 1999년 플레이오프 때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고 세리머니되는 게 회자되는 게 맞느냐고 하셨다"며 "저희에게 그동안 얼마나 포스트시즌을 못 갔으면 본인 영상만 나오냐고 하시더라. 굉장히 뼈가 있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또 "선수 입장에서는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올해는 좋은 성적을 거둬서 롯데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시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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