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요소 확인 소홀"...중대재해처벌법 첫 기소, 원청업체 대표 징역형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전국에서 처음 기소됐던 원청업체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4형사단독 김수영 부장판사는 7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대표 김모(65)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작업반장과 현장소장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원청 대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검찰에 따르면 2022년 3월 29일 대구 달성군 한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원청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11m 높이 지붕층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고소 작업대를 상승시킨 뒤 안전대를 걸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 추락해 숨졌다.
공사 발주 업체가 원청업체에 도급을 한 공사 금액은 78억원이었다. 도급액이 5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단 원청업체로부터 철골공사 하도급을 맡은 하청업체는 도급액이 3억1900만원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였다. 또 법 시행 이전 하청 근로자 사망과 관련해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원청 대표이사를 기소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했다.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기소’로 기록된 두성산업 사건은 직업성 질병과 관련한 것으로 사망사고는 아니었다.
원청 대표 기소했던 전국 첫 사례
검찰은 안전보건 경영방침, 유해하고 위험한 요인 확인과 개선 업무절차,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 기준, 하도급업체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조치 준수 여부 판단 등 모두 4가지에 있어서 원청이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안전보건 경영 방침 마련 ▶유해‧위험요인 확인과 개선 업무절차 마련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업무수행 평가 ▶하도급업체의 안전보건확보조처 준수 여부 판단 기준과 절차 마련 등을 원청업체가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원청업체 측은 심리 과정에서 하도급업체의 안전보건확보조처 준수 여부 판단 기준과 철마 마련에는 미흡함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나머지 부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청업체 잘못과 근로자 사망 사이에 상당 부분 인과관계가 입증됐다”며 “재해 예방을 위해 관련 법령에 따른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 사망 사이 인과관계 상당”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유가족과 원만한 합의를 한 점, 작업자들이 편의를 위해 일부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점까지 모든 책임을 다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원청 업체에 책임을 묻자’는 논의 끝에 2021년 만들어져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이 만들어진 계기였던 태안화력 사건은 정작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아 태안화력 대표는 지난해 12월 7일 대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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