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만뷰' 르세라핌 영상의 비밀…그 신비한 곳이 하수처리장?
걸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홍은채가 계단에서 지하로 굴러떨어진다. 손을 잡아 일으켜줄 듯하던 카즈하는 갑자기 뒤돌아 지하 통로를 빠르게 가로지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형 배관 사이를 비집고 카즈하가 도착한 곳에서 또 다른 멤버 사쿠라가 눈을 뜬다. 사쿠라 또한 같은 통로를 지나 가로 2m, 세로 3m는 족히 돼 보이는 견고한 벽과 마주 선다. 이 장면은 오는 19일 발매될 르세라핌의 미니앨범 ‘EASY’의 트레일러 영상 가운데 일부다.
뮤비 3분의 1 장식한 이곳, 하수처리장 지하였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지난달 26일 공개된 영상 조회 수는 유튜브 기준 7일 오전 453만회를 기록했다. 1만5000여개의 댓글 중엔 어둡고 신비한 느낌을 주는 영상 속 지하 통로가 어디인지를 궁금해하는 내용도 눈에 띈다.
부산환경공단에 따르면 이 장면은 부산시 사하구에 있는 강변하수처리장 지하 통로에서 촬영됐다. 2분57초 분량 영상 가운데 53초(영상 53초~1분36초) 분량을 차지한다. 부산환경공단 관계자는 “촬영 스태프 등 100여명이 지난해 11월 방문해 촬영을 마쳤다. 사전 답사 때 이 장소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는데,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부산환경공단은 부산시 산하 공기업이다. 지역 하수처리장(13곳)과 소각장(2곳) 등 하수ㆍ소각ㆍ분뇨ㆍ음식물 시설을 관리하는 게 주요 업무지만, 최근엔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드라마ㆍ영화 등 촬영에 협조하는 데도 바쁜 나날을 보낸다. 공단 측에 따르면 2002년 개봉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이곳 하수처리장에서 촬영된 첫 작품이다.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협조 요청이 이어졌다. 공단은 하수처리장 지하 통로나 소화조·크레인실 등 어둡고 낯선 분위기에 제작사가 주목한 것으로 본다. 이번 뮤직비디오 이외에도 넷플릭스 ‘스위트홈’과 여러 편의 영화(승리호·베테랑·부당거래·전우치), 드라마(tvn 빅마우스) 등 30여편 촬영을 지원했다.
공단은 장소 제공만 했을 뿐 제작사 등에서 돈을 받는 건 아니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주로 부산영상위원회를 통해 협조 요청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어 “촬영 땐 스태프 100~300명이 몰려와 안전 관리, 편의 제공 등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다만 공단이 관리하는 시설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부산이 영화ㆍ영상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케이션ㆍ지역 업체 출연에도 공들여
부산영상위원회도 부산 로케이션 촬영 지원 사업에 적극적이다. 영화 ‘헌트’ ‘헤어질 결심’ 등이 부산에서 촬영한 유명 작품으로 꼽힌다. 영상위는 부산에서 촬영하는 회차가 많은 작품을 지원하는 ‘부산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엔 촬영 회차에 따라 작품별로 2000만~4000만원을 지원했다. 삼진어묵이나 대선소주·스시난·해림푸드시스템 등 지역 브랜드 제품을 작품에 출연시키기 위한 ‘지역 기업 PPL(간접광고) 지원 사업’도 진행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 드라마 ‘DㆍP’와 영화 ‘헤어질 결심’ 등에 이들 제품이 등장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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