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도 이렇게 지다니 누구 때문이냐"…선수에서 협회장까지 더 세진 악플

고기정 2024. 2. 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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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축구대표팀, 요르단에 0-2 충격패
조규성·클린스만 향한 악플세례 이어져

한국 축구대표팀이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충격패를 당한 가운데 클린스만호의 주전 공격수인 조규성(26·미트윌란)을 향한 '악플'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20일 진행된 한국-요르단전에서 자신의 슛이 골대를 벗어나 아쉬워하는 조규성. [사진=연합뉴스]

7일(한국시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충격패했다. 요르단이 7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할 동안, 한국은 단 한 개도 유효 슈팅을 날리지 못하는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축구 팬들의 분노는 후반 11분 선제 실점의 빌미가 된 박용우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조규성에게 향했다.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 43분, 상대 페널티박스에서 시뮬레이션 액션을 보여 경고를 받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시뮬레이션 파울이란 수비수가 공격수 몸에 전혀 터치되지 않았는데 넘어졌을 경우 혹은 접촉이 있었다고 해도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 고의로 넘어진 경우를 일컫는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준결승전에서 조규성이 경고를 받은 장면을 두고 여러 비판글이 올라오고 있다.

앞서 조규성은 예선전에서도 부진한 플레이를 보여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아시안컵에서 최전방 공격수로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차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요르단전에서 불필요한 파울이 또다시 '악플 세례'를 받는 도화선이 됐다.

경기 후 조규성은 "많이 아쉽다. 더 많이 발전해야 할 것 같다"며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 대회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소속팀에 가기 전에 좋은 모습으로 가고 싶었다. 대회를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쉽다"며 "대회는 끝났고,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선수들끼리 잘 돌아가서 다시 잘 준비해 보자고 이야기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64년 만의 우승 좌절에 축구 팬들 분노…"할리우드 진출하지 그랬냐"

한국-요르단전을 감상하고 있는 방송인 이경규. 이날 이경규는 축구협회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유튜브 '갓경규' 갈무리]

클린스만 감독도 악플 세례를 피해 갈 수 없었다. 대회 전부터 재택근무, 선수 선발, SNS 활동, 무전술 등 많은 논란을 양산하며 팬들의 의문을 자아냈던 클린스만 감독은 64년 만의 우승 도전이라는 기대감이 한순간에 실망과 충격으로 끝남과 동시에 분노를 안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결과를 못 낸 부분에 대해 "지도자로서 원했던 목표를 내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하면 더 많이 분석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오늘은 이런 패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 같다. 요르단이 상대 팀이지만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레인도 이번 대회 16강에 진출할 정도로 어려운 조였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에 대회를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퇴 의지에 대해 묻자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한국으로 돌아가서 세밀하게 분석하고, 더 보완하고 논의할 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며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치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대회를 잘 분석해서 앞으로 더 잘 준비하는 게 현재로서는 시급한 것 같다"고 감독 자리를 고수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누리꾼들은 "이참에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그랬냐" "침대 축구 잘 봤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할리우드 액션을 하다니" "처참한 경기력을 보고 확신했다. 한국 축구에 미래는 없다" "이런 경기를 보려고 밤을 새웠나"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악플이 도를 넘자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프로축구협회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 또는 팀의 SNS 계정에 악플이 달리면 이를 고발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선수들이 온라인상 비하 발언과 위협에서 벗어나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한편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이 87위인 요르단에 0-2로 대패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뮌헨), 이강인(PSG),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보유한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해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으며, 전문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이 요르단을 이길 확률이 69.6%로 점쳐졌던 경기였기에 충격이 더욱 크다는 평가다.

7일 새벽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갓경규'를 통해 요르단전 리액션 방송을 진행하던 개그맨 이경규는 경기가 한국의 패배로 끝나자 "축구협회장 누구냐. 솔직히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정몽규, 자기가 이렇게 만들어 놨으면 물러나야지, 언제까지 해 먹을 거냐"라고 소리쳤다. 김 환 아나운서도 "오늘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이천수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는 패배 후 웃음을 짓는 클린스만 감독의 모습이 TV에 잡히자 "수십억 원을 받는 감독으로서 아시안컵 우승을 장담했는데 못 했으니 책임져야 한다"며 클린스만 감독이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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