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의사 없다'는 클린스만…거취 질문에 "한국 돌아가 다음 준비"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민국이 중동 복병 요르단에 충격패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짐을 쌌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당당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 의사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해 탈락했다.
후반 8분 한국의 패스 미스가 선제골로 연결됐다. 박용우의 패스를 중간에서 상대 에이스 무사 알타마리가 가로챘고, 이후 동료 공격수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내줬다. 알나이마트는 공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온 조현우를 살짝 넘기는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 골망을 가르면서 선제골을 올렸다.
지난 조별리그 2차전 때도 한국 상대로 스코어 2-1을 만드는 역전골을 터트렸던 알나이마트는 다시 한번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전 동안 좋은 선방을 여러 차례 보여주던 조현우도 이번 슈팅은 어쩔 수 없었다.
요르단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첫 골을 도운 알타마리가 환상적인 플레이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전방 압박으로 볼을 탈취한 알타마리는 유연한 드리블 돌파로 한국 수비진을 무너뜨린 후 골대 구석을 노린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올리며 스코어를 두 골차로 벌렸다.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주전으로 뛰는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한국은 알나이마트, 알타마리 투톱에 속수무책이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유럽 빅리거들이 공수에 포진해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까지 받아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으나 우승은 불발됐고 참혹하게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로 이름을 높이며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뤄냈지만 아시아 최강자를 가리는 대륙축구연맹의 토너먼트 아시안컵에선 1956년 제1회 대회와 1960년 제2회 대회에서 2연패를 이룬 뒤로는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 앞두고 우승에 대한 의지와 가능성을 어느 대회보다 높이 피력했다. 실제 한국 대표팀의 경우 초호화 멤버로 구성돼 우승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요르단전 완패로 축구팬들과 국민들의 분노만 끓게 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거취 얘기에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해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텐데 계속 감독직을 수행할 것이냐'는 질의에 "난 어떤 조치도 생각하고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팀과 한국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를 분석하고, 대한축구협회와 어떤 게 좋았고, 좋지 않았는지를 논의해보려 한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더니 2년 4개월 남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얘기를 꺼냈다. 그 때까지 지휘봉을 계속 잡아나가겠다는 뜻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목표로 북중미 월드컵을 제시했다. 그는 "2년 반 동안 북중미 월드컵을 목표로 팀이 더 발전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예선도 치러야 한다"며 "우리 앞에 쌓인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회 결과에 책임질 의사가 있냐는 물음이 다시 나왔고 그는 "감독으로서 이렇게 원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이 언급한 '책임지는 행위'는 사퇴가 아닌 '분석과 발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더 많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회의 모든 경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클린스만호의 행보를 보면 4강에 오른 것도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문제점이 많았다. 특히 요르단전까지 모든 경기 실점을 했고, 토너먼트 들어선 3경기에서 모두 선제 실점을 해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바레인에 1-0으로 이기다가 실점을 했다. 이후 이강인의 원맨쇼로 3-1 승리를 거뒀으나 2차전에서 요르단에 두 골을 내주며 2-2로 비기더니, 3차전에선 국제축구연맹 랭킹이 100계단이 더 차이나는 말레이시아에 3실점하면서 3-3으로 비겼다.
한국의 실점은 토너먼트에서도 계속 됐다. 사우디전에서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비가 방심하며 실점했고, 호주와의 8강전에선 전반 막판 골을 내준 것이다. 호주전은 2~3골 먹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수비가 상당히 탄탄할 것으로 여겨졌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특급 수비수 김민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민재가 있을 때도 다른 선수들이 부진해 실점을 꾸준히 했고, 요르단전에선 김민재가 경고누적으로 빠지면서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수비가 와르르 무너졌다.
이번 대회에서 클린스만호는 6경기 10실점이라는 참혹한 기록을 남기며 씁쓸하게 퇴장하게 됐다. 게다가 클린스만 감독은 책임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 재택근무 논란에 국민들이 분노했을 때도 아시안컵 성적을 봐달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요르단전 완패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는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직후 미소를 지으며 상대와 악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더 좋은 경기력으로 이긴 팀을 축하해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한테는 당연한 일이다. 만약 웃으면서 축하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라면 우리는 서로 접근법이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패배에 자신도 실망스럽고 화가 많이 난다면서도 한국을 꺾은 요르단을 칭찬했다. 요르단이 한국보다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거듭 강조한 그는 "상당히 화가 많이 났고, 안타까웠지만 상대를 축하해주고 존중해줘야 할 때는 그런 태도와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 축구의 실력이 평준화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특히 동아시아 팀들이 중동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배웠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일본도 일찍 귀국했고, 우리도 오늘의 안타까운 결과로 귀국하게 됐다"며 "우리 경기를 포함해 박진감, 긴장감 넘치는 경기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 들어 '전술이 없다', '선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한다' 등 지도력을 둘러싼 비판을 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개막 전까지는 재택근무, 잦은 외유 등 태도 문제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장 행선지가 한국인지, 자택이 있는 미국인지 묻는 취재진에게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으로 간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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