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대기업 맞바꿔 일해봤다…41세 女공무원 "기업 일사분란"
" "기업은 이윤 창출이라는 정확한 미션이 있고 그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죠. 이런 점이 공무원 조직과 다른 것 같아요." "
지자체 공무원 신분으로 대기업인 HD현대중공업에서 한 달째 근무 중인 송연주(41·여·4급) 울산시 기업현장지원단장이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국내 첫 사례, 지자체·대기업 맞바꿔 근무
송 단장은 울산시·HD현대중공업이 맺은 '기업 문화 전파 등을 위한 인적교류 협약'에 따라 지난달 2일 오전 7시부터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로 출근하고 있다. 이에 맞춰 김규덕(56) 현대중공업 전무도 '이사장' 직책을 받아 울산시 산하 울산시설공단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렇게 지자체 공무원과 대기업 임원이 서로 근무지를 맞바꿔 일하는 인사교류는 국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울산시 주력산업과장으로 일했던 송 단장은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 내 민관사업추진TF에서 근무 중이다. 조선산업 발전안을 마련하고 기업 혁신 과제, 현장 애로사항 등을 해결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16년 공무원으로만 근무했고 생애 처음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이라며 "작업복을 입고 출근하고 사무실 밖에 나갈 때 안전모를 쓰는 점, '주무관' '실장' '차석'이 아닌 '책임' '리더' 같은 기업 직책을 쓰는 점 등이 낯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으로 처음 회사원처럼 직접 현장 근무를 하는 중인 만큼 기업 문화 장점을 잘 배워서 동료 공무원에게도 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송 단장의 하루는 공무원 때보다 더 바쁘다. 그는 "오전 9시에 업무가 시작되는 공직사회와 달리 오전 7시에 출근한다"라며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인 현대중공업 근무시간에 맞춰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로 시청 기업현장지원단에서 현대중공업에 전한 자료와 공문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동료들과 머리를 맞댄다. 또 매주 목요일은 기획회의 날이다.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 부서원과 국책사업 등을 토론한다. 근무 중간중간 기업과 공공기관의 크고 작은 업무 협조도 송 단장이 처리한다.
"대기업 특유의 수평적 문화" 눈길
그는 "기업에선 정교하게 하루 8시간 일과가 돌아가는 느낌"이라면서 "부드러움과 자율 속에 모두 스스로 '규율' '책임' 같은 것을 가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대기업 특유의 매우 수평적이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점, 이를 동료 간에도 효율적으로 받아들이는 점이 인상 깊다"고 강조했다.
송 단장은 "기업은 공무원 조직과 달리 분명히 이윤을 창출해 내야 하는 정확한 미션이 있다. 특히 조선업은 최근 새로운 도약의 기회에 직면해있다가 보니 직원들은 새로운 업무 추진을 위해 일사불란하고도 매우 추진력 있게 움직인다. 느슨함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지만, 급여는 해당 직급에 맞춰 울산시에서 받는다. 이를 제외하곤 모든 근무 환경은 현대중공업 직원과 똑같다. 근무 임기는 울산시 인사발령에 따라 바뀌는데, 최장 2년으로 예상된다.
한편 송 단장과 자리를 맞바꿔 울산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한 달째 근무 중인 김규덕 현대중공업 전무는 "기업도 사회가치경영(ESG)을 생각하는 등 환경이 변하고 있다"라며 "울산시설관리공단을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공익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바꿔 나갈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의 울산시설관리공단 임기는 울산시 조례에 따라 3년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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