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계]인간과 기계연결 ‘초지능’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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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본질을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이다.
인간이 도구(더 나아가 어떤 기계 장치)를 사용하는 궁극의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넓은 범위의 개념은 아마도 HMI(인간·기계 연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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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본질을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이다. 인간이 도구(더 나아가 어떤 기계 장치)를 사용하는 궁극의 방법은 무엇일까. 인간의 몸과 도구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손으로 사용하기 편리한’ 형태의 도구를 개발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인간과 도구를 하나로 합쳐 인간 그 자체의 능력을 한층 더 높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목적은 여러 가지다.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기도 하고, 장애를 극복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엔 인간의 지적 능력 그 자체를 높이려는 시도도 있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할 수만 있다면 기억력, 계산능력 등이 압도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른바 ‘초지능’의 구현이다.
가장 넓은 범위의 개념은 아마도 HMI(인간·기계 연결)일 것이다. 인체 어느 부위든 기계와 연결할 수만 있다면 HMI로 볼 수 있다. 즉 고성능 의족이나 의수도 HMI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가 관여하면 HCI(인간·컴퓨터 연결)가 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된 최첨단 의수를 사용한다면, HMI라고 불러도 좋지만 HCI가 더 어울린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두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면 BCI(뇌·컴퓨터 연결)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보자. 2022년 이탈리아인 미셸 로카티씨는 오토바이 사고로 움직이지 못하는 하반신에 척수를 자극하는 전극 이식 수술을 받아 두 다리로 걷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두뇌가 아니라 척수 신경과 연결한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BCI가 아니라 HCI가 옳은 표현이 된다.
대세는 BCI다. 최근 선호되는 방법은 인간의 두뇌 표면에 칩을 이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컴퓨터와 뇌를 연결한다. 이 방식이 주목을 받는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덕분이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역시 소유하고 있는데, 뇌신경 칩을 개발, 동물 실험 등을 진행하며 화제가 됐다. 급기야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으며, 수술을 받은 사람은 현재 잘 회복 중’이라고 발표했다.
사람의 뇌를 직접 건드린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연구는 큰 가치가 있다. 우선 치료 목적에서 의미 깊다. 뇌 질환이 있는 환자의 뇌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전극을 이용해 자극을 줄 수도 있다.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응용하기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머스크는 이번 임상실험에 대해 "생각만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는 물론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뇌를 직접 슈퍼컴퓨터 등에 연결해 초지능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과장된 감이 크다. 뇌파란 두뇌 활동 그 자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두뇌 활동에 의해 나오는 부산물이다. 뇌파로 두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뇌 속 모든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 많아진다면 BCI 기술을 통해 키울 수 있는 인간의 역량 역시 한층 높아질 것이다. 머스크 CEO는 당면의 목표에 대해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만으로 휴대폰이나 컴퓨터 같은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혜택을 원하는 사람은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
전승민 과학기술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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