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원-문현빈-페라자, 2024 독수리 '돌격대장'은?

양형석 2024. 2. 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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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각자의 특징과 장점을 가지고 경쟁하게 될 한화의 1번 후보들

[양형석 기자]

한화 이글스는 2023년 시즌 노시환이 홈런왕(31개)과 타점왕(101개)을 휩쓸며 국가대표 4번 타자로 올라섰고 문동주는 2006년의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한화에 신인왕 타이틀을 가져다 줬다. 6년 90억 원의 조건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채은성은 23홈런 84타점으로 중심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줬고 4년 만에 한화로 컴백한 이태양도 믿음직한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2023년 한화의 성적은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화는 올해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다시 한 번 가을야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FA 3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던 2023년 같은 대대적인 영입은 없었지만 FA시장에서 4+2년 총액 72억 원을 투자해 골든글러브 3회 수상에 빛나는 엘리트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했다. 안치홍이 가세하면서 한화는 전성기에 접어든 노시환과 베테랑 채은성,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믿음직한 타선을 보유하게 됐다.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심타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타선의 돌격대장 1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한화의 핵심선수 노시환, 채은성, 안치홍은 1번보다는 중심타선에 더 어울리는 타자들이다(통산 133도루의 안치홍도 2017년부터 도루숫자가 크게 줄었다). 따라서 올 시즌 한화의 돌격대장 역할은 명예회복을 노리는 정은원과 유망주 문현빈, 그리고 외국인 선수 요나단 페라자 중 한 명이 맡을 확률이 높다.

[정은원] 글든글러브 2루수 자존심 회복할까
 
▲ 3점 홈런 정은원!  2022년 7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승부치기로 돌입한 10회초 2사 2, 3루 나눔올스타 한화 정은원이 3점 홈런을 쳐낸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정은원은 루키 시즌부터 성숙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대전 아이돌'로 급부상했다. 2000년 1월생 정은원은 1999년생들과 학교를 함께 다녔는데 그 덕분에 KBO리그 최초의 2000대생 안타, 홈런, 타점 등의 기록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2년 차 시즌이었던 2019년부터 한화의 주전 2루수로 자리잡으며 한화의 리빌딩을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3년 차 시즌이었던 2020년 손목부상으로 79경기 출전에 그치며 부침을 겪은 정은원은 2021년 드디어 커리어의 첫 번째 전성기가 찾아왔다. 139경기에 출전한 정은원은 타율 .283 140안타 6홈런 39타점 85득점 19도루로 맹활약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과 함께 생애 첫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정은원은 2022년에도 타율은 살짝 떨어졌지만 올스타 MVP에 선정되면서 자신의 커리어에 의미 있는 타이틀 하나를 추가했다.

그렇게 프로 데뷔 5년 만에 한화의 붙박이 주전 2루수로 자리잡은 정은원은 하필이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여부가 걸린 2023년 시즌 첫 번째 슬럼프를 겪었다. 122경기에 출전한 정은원은 타율 .222 86안타 2홈런 30타점 50득점 6도루로 주전 도약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당연히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도 무산됐고 팀 동료 노시환과 문동주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혜택까지 누리는 장면을 쓸쓸히 지켜봐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 정은원보다 훨씬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2루수 안치홍이 가세하면서 정은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실제로 정은원은 마무리캠프에서 중견수 훈련을 겸하면서 내·외야 겸업을 도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출루능력이 좋은 정은원이 어느 포지션을 맡든 2021년 수준으로 활약해 주면서 붙박이 1번에 배치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다. 한화가 '대전 아이돌'의 화려한 부활을 기다리는 이유다.

[문현빈] 유망주의 성장은 새해에도 이어진다

한화는 전면드래프트로 실시된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모두가 예상했던 서울고의 강속구 투수 김서현을 지명했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는 아직 많이 남아있던 투수도 아니고 1년 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는 182cm 91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충암고의 대형포수 유망주 김동헌(키움 히어로즈)도 아닌 174cm에 불과한 천안북일고의 내야수 문현빈을 선택했다. 

하지만 문현빈은 프로 입단 첫 해부터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후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에서 무려 137경기를 소화했다. 실제로 문현빈은 2023년 한화 선수단 전체에서 채은성과 함께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뿐만 아니라 문현빈은 고교 시절 자신의 포지션인 내야가 아닌 중견수로 가장 많은 70경기에 출전해 519이닝을 소화했고 2루수와 유격수, 3루수까지 오가면서 한화를 대표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사실 고졸 신인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타율 .266 114안타라는 문현빈의 성적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5개의 홈런과 22개의 2루타, .362의 장타율이 말해주듯 문현빈이 작은 체구에 비해 의외로 괜찮은 펀치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문현빈은 2023년 84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41개의 사사구를 얻었는데 공을 고르는 능력만 조금 더 향상된다면 1번타자로 활약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문현빈 역시 정은원과 마찬가지로 안치홍의 합류로 인해 2루수로서의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 하지만 문현빈은 2023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좌익수로 출전하며 외야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만큼 외야수로 주전경쟁을 할 수도 있고 이도윤과 유격수 주전경쟁에 뛰어들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문현빈이 2023년보다 성장해 팀 내 입지가 커지면 한화의 선수층도 그만큼 두꺼워진다는 점이다.

[페라자] 만 25세의 젊고 강한 1번 타자?

2014년과 201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야마이코 나바로는 주로 1번 타자로 활약하면서도 2년 동안 265경기에서 타율 .297 307안타 79홈런 235타점 244득점 47도루로 어지간한 4번 타자들을 능가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사실 대부분의 구단들은 중심타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타자를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바로처럼 1번 타순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인다면 충분히 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화의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스위치히터 외야수로 1998년생의 젊은 선수다. 아직 빅리그 경력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의 단계를 밟으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2019년까지 통산 홈런이 단 9개에 불과했던 페라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61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부쩍 끌어 올렸다. 특히 2023년엔 트리플A에서 .534의 높은 장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는 페라자의 홈런개수와 20대 중반에 불과한 젊은 나이 등을 고려하면 1번보다는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는 게 더 어울릴 수 있다. 하지만 페라자가 1번 타순에서 많은 장타를 때려주고 야생마처럼 힘차게 뛰어준다면 의외로 좋은 1번 타자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페라자는 2023년 트리플A에서 13개의 도루와 함께 .389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고 볼넷과 삼진의 비율도 76:119로 비교적 준수한 편이었다.

물론 전성기의 기량을 기준으로 한다면 '짐승' 김강민 역시 좋은 1번 후보가 될 수 있지만 리그 최고령 선수 김강민에게 풀타임 1번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2023년 생애 첫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이진영은 타순을 고민하기보다는 먼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전 자리를 따내는 것이 우선이다. 최종적으로 최원호 감독이 어떤 선수를 낙점할지는 알 수 없지만 올 시즌 한화 1번 타자의 활약은 팀 성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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