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있으면 치매 생긴다? 뇌전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신은진 기자 2024. 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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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은 정신질환이나 불치병이 아니다. 약물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클립아트코리아
​병명까지 바꾸었음에도 뇌전증은 사회적 편견과 오해가 큰 질환이다. 매년 뇌전증 환자 수가 2000명 이상 증가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뇌전증은 정신질환이란 얘기부터, 치매를 유발한다는 소문까지 다양한 오해를 받는다. 현대의학에서 뇌전증은 희귀질환도 아니고, 불치병도 아니다. 뇌전증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두자.

◇뇌 특정 부위 문제인 뇌전증
뇌전증의 '전'은 전기(電)를 의미한다. 뇌실질 조직에서 특정 부분의 전기적 과활성화로 의식소실 및 경련을 동반한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반복될 것으로 예측될 경우를 뜻한다.

뇌의 신경세포는 전기적인 활동을 통해서 기능을 발휘한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신경세포가 병들거나 신경세포에 불필요한 자극이 가해지면 전기활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비정상적인 전기활동이 가해질 경우, 경련이 생기거나 정신을 잃는 발작이 발생한다.

원인은 연령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인다. 신생아의 경우 선천성 뇌질환, 임신·출산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 손상 등이 원인이며,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뇌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집안 내력이 있는 경우에도 해당 연령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청·장년층의 경우 사고, 과도한 음주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의 경우에는 뇌혈관 질환이나 치매와 같은 뇌 질환의 후유증으로 많이 발생한다.

어릴수록 선천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고 나이가 많을수록 후천적 문제일 가능성이 큰 경향을 보인다.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임수환 교수는 "중추신경계 감염질환의 일종인 세균 뇌수막염 혹은 바이러스뇌염에 의한 뇌병변이 있을 경우, 뇌감염의 후유장애로서 뇌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병 아닌 뇌 질환
뇌전증이란 뇌 질환이다. 뇌전증은 발작의 특성상 예측하지 못하고 사회적인 편견이 있는 질환으로 우울증 및 불안증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현병이나 반사회인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은 아니다.

뇌전증은 증상이 발생할 때 동반되는 발작 때문에 이러한 오해를 많이 받는다. 증상 중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목격한 ‘전신강직간대발작’은 전신이 뻣뻣해지고 팔다리가 떨리며 입에서 침과 거품이 나온다. 이런 모습은 과거부터 ‘악마에 씐 모습’, ‘지랄병’ 등 인식이 부정적이었고, 질병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정신질환이라는 편견과 오해가 꾸준히 쌓인 것이다.

◇인지기능엔 영향 주기도
다만, 뇌전증은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준다. 임수환 교수에 따르면,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이 없더라도 뇌파에서 확인되는 뇌전증모양파방전과 같이 전기적으로 과활성화된 부위를 중심으로 기능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FDG-PET) 검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항뇌전증 약물복용에 의해 경미한 인지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전에 개발된 항뇌전증 약제는 진정효과 혹은 약간의 졸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근래에 개발된 약제는 이러한 부작용이 덜한 편이다.

임수환 교수는 "특히 노인 뇌전증의 경우, 인지 기능 저하의 증상이 뚜렷하여 간혹 치매 증상과 오인하기도 한다"며, "고령에서 인지 기능 저하로 내원하면 선별검사로써 뇌파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병
뇌전증은 불치병이 아니다. 원인이나 나이에 따라서 항뇌전증 약제를 완전히 중단할 수도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를 관리하는 것처럼 꾸준히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뇌경색·뇌출혈·외상성 뇌손상 등 뇌병변이 동반돼 발생하는 뇌전증은 약제를 중단하기 힘든 경향이 있지만, 뚜렷한 뇌병변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2년 이상의 추가적인 발작이 없을 시 항뇌전증 약제를 감량 혹은 중단을 시도하기도 한다.

임수환 교수는 "일반적인 경우는 이렇지만, 세부적으로 개인에 따른 뇌전증의 병인이나 기저질환의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며, "뇌전증은 불치병이 아닌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뇌전증은 생각보다 흔한 병으로 누구나 발생할 수 있다"며 "선천적으로 뇌병변을 갖고 태어나는 소아나 뜻밖의 감염, 외상으로 인해 뇌전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그 원인 또한 다양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오해와 편견 없이 일반적인 시선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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