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루틴 익히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겨울이다

이은경 2024. 2. 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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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지금 독자 옆에 누가 있으면 함께 다음 실험을 해 보기 바란다. 필요한 것은 종이 몇 장과 펜이다. 그리고 시계도 있어야 한다.

종이에 네 자리 숫자를 적는다. 아무 숫자나 생각나는 대로 적으면 된다. 예를 들어 ‘6650’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 숫자를 상대에게 보여준 다음 가린다. 상대에게 보여준 숫자가 뭐였는지 기억하라고 하고. 그리고 1분을 잰다. 숫자를 맞히게 한다.

어렵지 않게 맞혔다고? 그렇다면 다른 숫자를 또 적고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또 1분을 잰다. 다시 맞히게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해 보라. 몇 개까지 맞히는지 따져 보라.

에이! 그렇게 쉬운 것을 무엇 하러 하느냐고? 막상 해 보면 만만치 않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상대가 틀리기 시작한다면 독자도 해보기 바란다. 상대가 문제를 내게 하고 독자가 맞히는 식으로. 어떤가? 우선 뱁새 김용준 프로 칼럼을 끝까지 읽고 나서 실험은 이따 해볼 작정이라고? 그러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저 해 보라고? 음! 독자 말이 맞다. 

이 실험은 뱁새 김 프로가 고안한 것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이 한 것이지.

실험 결과는 어떠했느냐고?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는 끝없이 정답을 맞힐 것만 같다. 너무 간단한 문제처럼 보이니까. 그런데 웬걸! 막상 실험해 보니 대부분 채 스무 문제도 맞히지 못했다고 한다. 진짜냐고? 그렇다. 한 문제마다 1분 정도가 걸리는데 20분 이내에 거의 다 진이 빠져 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실험을 한 심리학자들은 ‘대부분 사람은 채 20분을 집중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아니,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도 하는 데 무슨 소리냐’고? 회사에서 하는 일이 이 실험에서 하는 일 보다 집중력을 덜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회사에서 대부분 농땡이를 피운다고 생각하지는 말기 바란다. 전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니까. 오히려 회사 업무에 숙련이 되어서 별로 집중하지 않아도 충분히 해 낸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일상(日常) 즉, 루틴(Routine)이 주는 힘이다. ‘일상생활’이라고 할 때 그 일상 말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이 드는 일도 반복하면 쉬워진다. 오래 반복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되고. 어지간히 어렵고 복잡한 일도 루틴이 되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독자가 회사원이라고 치자.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챙겨서 회사에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 하나 하나 신경을 쓰는가? 아닐 것이다.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새 사무실이나 공장에 가 있을 것이다. 또 정신 차리고 보면 하루가 갔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루틴이다. 부분 부분 체크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풀어가는 힘 말이다. 흔히 일상에 ‘지루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난하게 지나가는 것 말이다.

골프 칼럼에 드디어 심리학 실험까지 갖다 붙이느냐고? 독자도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독자가 하는 라운드가 일상이라면 지금 보다 훨씬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주말 골프는커녕 일 년에 몇 번이나 친다고 골프가 일상이 될 수 있느냐고? 바로 그 이야기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라운드 기회가 드문 독자가 라운드를 한 발짝이라도 일상에 가깝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습을 할 때라도 실전에 가깝게 해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골프에서 말하는 루틴을 수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독자는 설마 필드에서 공을 2백 개 남짓 때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한 클럽으로만 몇 십 개씩을.

그렇다면 연습 때도 하나 하나 다른 샷을 해야 한다. 필드에서 채를 잡자마자 연습 스윙도 없이 샷을 하는가? 더러 그런 골퍼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 목표를 보고 연습 스윙을 한 다음 웨글링을 하고 셋업을 한 다음 샷을 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프리 샷 루틴(Pre-Shot Routine)이다. 그렇다면 연습 할 때도 그 루틴을 밟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야 필드에서 하는 스윙이 일상에 더 가까운 것이 될 테니까. 

독자가 이사를 갔다고 치자. 이사간 다음날 새 집에서 출근을 할 때 아무렇지도 않은가? 이것 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길도 새로 익혀야 하고 교통편도 찾아야 하고. 혹시 주차장이 부족한 곳으로 이사 갔다면? 차를 빼내는 수고로움이 새로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그 일도 조금 지나면 익숙해 질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루틴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다. 골프에서 루틴도 마찬가지이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안 하던 짓을 갑자기 필드에서 하려고 하면? 결과가 오히려 나쁠 수 있다. 신경이 쓰여서 제 스윙을 하지 못하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내 몸이 나도 모르게 해 낼 수 있을 만큼 미리 익혀둬야 한다.
그렇게 하기에 겨울은 너무 좋은 시간이다. 어떤가? 실전을 잠시 접은 이 계절에 샷 루틴을 익혀 보는 것이.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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