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연고 소재 ‘병풀’ 유전 다양성 매우 낮아…자생지 발굴 필요

호남권생물자원관, 국내 6개 섬 병풀 조사
지역 간 유전적 차이 0.5% 수준 그쳐

상처치료제 소재로 쓰는 식물 '병풀' 모습.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관장 류태철)은 암태도, 추자도 등 국내 6개 섬 지역에서 채집한 ‘병풀’의 유전 다양성이 매우 낮음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병풀은 미나릿과(Api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덩굴이나 뿌리가 땅 위로 길게 뻗으며 자라는 포복성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해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남부지역에 분포한다.

‘병을 치료하는 식물’이라는 의미의 병풀은 피부 상처나 만성 궤양 등의 치료에 사용해 왔다. 제약회사에서는 유효성분명인 ‘마데카소사이드’를 딴 상처 치료제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소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호남권생물자원관에서는 국내 자생생물 산업 원료화 기반 마련을 위해 전남지역 6개 섬(고금도, 상조도, 하조도, 암태도, 압해도, 추자도) 병풀 자생지를 확인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활용해 유전 다양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6개 섬의 병풀 집단은 두 개 유전형을 가지고 있었다. 두 유전형은 지역과 관계없이 섞여 있었다. 지역 간 유전적 차이는 0.5% 수준으로 매우 낮다. 유전 다양성이 낮은 식물은 개체마다 형질 차이가 거의 없어 급격한 환경 변화 때 집단 전체가 절멸할 가능성이 크다.

자원관 연구팀은 열대, 아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병풀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겨울 추위에 견뎌낸 개체들이 비교적 따뜻한 서·남해안 일부 섬 지역에 적응하고 번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캐임브리지대학에서 출판하는 전문 학술지 ‘Plant Genetic Resources’에 게재했다.

유강열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연구본부장은 “국내 자생생물 보존과 산업적 이용을 위해서는 유전 다양성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처럼 다양성이 낮은 자생생물은 유전 다양성 확보를 위한 국내 자생지 추가 발굴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이용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