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잇따른 자사주 '소각'…본업 통한 ROE 개선 필요
자사주 소각 이어 배당성향도 'UP'
주요 금융지주, 총주주환원율 33~35% 전망
영업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기업가치 높여야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에 발맞춰 국내 금융지주가 잇따라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 주기를 단축하고 배당 성향을 높이는 곳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영업활동을 통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정책을 바꾸는 기술적인 방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결산 발표를 맞아 국내 금융지주가 잇달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각종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은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우리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BNK금융지주도 130억원 규모 소각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20% 급감한 당기순이익에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2%(약 935만주)를 사들인 이후 전량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가로 약 1360억원 규모다. 우리금융 측은 "현재 지분매입 시기와 금액 등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지분 매입이 완료된 이후 전략 소각을 위한 이사회 결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 새 18% 이상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2% 규모인 13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정했다. 권재중 BNK금융 재무부문장은 "배당 성향 확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그룹의 최우선 경영 과제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도 각각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잇달아 추진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했고 올해는 그 규모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5720억원어치 자사주를 취득해 2720억원어치를 소각한 KB금융도 "자사주 매입·소각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총주주환원율 등 배당지표 개선…先 배당액 확정, 後 주주확정
이들 금융지주는 배당지표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배당절차 개선방안'에 따라 결산 배당 기준일 역시 배당액을 확정한 이후로 잡은 곳도 나왔다. 우리금융의 경우 연간 배당금을 1000원(결산 배당 640원)으로 결정하면서 배당수익률 7.1%, 배당 성향 29.7%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은 33.7%로 높아졌다. 그러면서 결산 배당 기준일을 오는 29일로 정했다.
분기 배당을 하고 있는 하나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33%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2020년 20%에 불과했던 총주주환원율을 3년 만에 13%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다. 기말 현금배당 1600원을 합해 총 배당금은 전년 대비 50원 증가한 3400원으로 배당 성향은 28.4%, 배당수익률은 7.8%를 각각 기록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그룹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저평가 해소와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배당의 가시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주당 배당금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도 더욱 높은 배당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기준 총주주환원율 33%를 기록한 KB금융은 이번에 3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주주환원율 30%에 그쳤던 신한금융도 비율을 33~35%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부양으로는 한계…본업 통한 지속적인 ROE 개선도 필요
금융지주가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정책을 바꾸는 등 각종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으나 기술적인 방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저PBR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본업을 통한 ROE 등 수익성 지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요 금융지주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ROE는 10~12% 수준이었다. KB금융이 12.2%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 10.87%, 신한금융 10.7%, 우리금융 10.4%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하반기를 지나면서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의 ROE는 9.03%로 하락했고 나머지 금융지주의 ROE 역시 역주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충당금 압박과 상생 금융 지원책에 따른 순이익 감소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우려할 만한 수치다. 우리금융이 은행 외에 비이자 부분 이익을 늘리기 위해 증권사 인수에 나선 점도 ROE 등 수익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PBR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결정 외에 금융산업의 측면에서 본업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병행돼야 기업가치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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