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올해 증시는 박스권 예상…美·인도 시장 긍정적"

송화정 2024. 2. 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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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올해 국내 증시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이 양호한 것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내수 시장과 중국의 부진으로 인한 실적 하향 조정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 1일 을지로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만난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증시에 대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박 센터장은 글로벌 자산배분, 투자전략 등을 담당해온 투자 전문가로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 신임 리서치센터장에 임명돼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 박 센터장은 올해 국내 증시가 양호한 미국과 부진한 중국의 영향을 모두 받으면서 결과적으로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본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금리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기조적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자산시장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미국 시장은 계속 좋을 가능성이 높아 한국에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내수, 중국 부진에서 오는 실적 하향 조정 압박 등의 요인이 결부되면서 결과적으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도 시장 가장 양호…中 부진·日 환율 변수

글로벌 시장 중에서 가장 좋은 흐름이 예상되는 곳으로 미국과 함께 인도를 꼽았다. 인도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3%에 달하며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성장세를 기반으로 증시도 강세가 이어지며 인도 증시는 최근 홍콩 증시를 제치고 세계 4위 시장으로 도약했다. 박 센터장은 "인도 기업들의 데이터를 보면 매출 성장세가 되게 좋다. 인도 기업은 내수 중심으로 수출 중심보다 불확실성이 낮고 인도 내수 성장세가 양호한 상황이어서 기업 수익성 지표가 지극히 안정적"이라며 "일반적으로 성장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되면서 마진이 떨어지게 되는데 인도 모디 정부가 친재벌 중심 경제정책 펼치고 있어 재벌 그룹들이 별다른 경쟁 없이 내수 성장을 누리는 구조로 이익이 매출 따라 그대로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상황이어서 주가가 깨질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 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센터장은 "중국은 디플레이션이 문제인데 디플레이션을 풀어서 얘기하면 기업 매출액이 증가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매출이 증가하지 못하니 이익도 늘지 못한다"면서 "중국 정부의 디플레이션 관련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아 주가가 현 상태에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 증시는 엔화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박 센터장은 "일본 증시는 인공지능(AI) 때문에 반도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과 독점력 높은 소재·부품·장비가 부각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일본 시장 전체로 보면 엔화 변동성 노출 가능성이 있어 미국만큼 안전하진 않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증시 최대 변수는 美 대선

박 센터장은 올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 미국 대선을 꼽았다. 박 센터장은 "미국 대선이 제일 큰 변수로 트럼프 당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올해 가을쯤 상당히 불편한 요소로 시장에 작용할 것"이라며 "'아메리칸 퍼스트' 강화, 대중국 압박 등이 예상되고 트럼프가 전통 에너지를 지지하는 쪽인 만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가능성도 있어 이차전지 등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상반기에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민주당이 경제 부양책 등을 내놓고 표심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돼 상반기는 기회요인으로 보고 있다"면서 "결국 통화정책, 재정정책 쪽인데 재정정책은 의회가 도와주지 않을테니 쉽지 않을 것이고 이를 감안할 때 금리 인하 시점을 그렇게 늦출 것 같지 않아 시장의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센터장은 "미국 리세션(경기 침체)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본다"면서 "경제가 연착륙하고 금리가 인하하면 주식시장에 너무 좋겠지만 소비가 후퇴하면서 일자리 감소 압박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은 상황이어서 성장 우려가 제기되면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긍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센터장은 "국내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긍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데 단기 변수가 아닐 수도 있다"면서 "정부가 그림만 내놓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맑음' 이차전지 '흐림'

지난해 증시를 이끌어온 주도주인 반도체와 이차전지는 상반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가 실적 턴어라운드와 함께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되는 반면 이차전지는 경쟁 심화에 따른 이익 감소 등이 우려된다. 박 센터장은 "주식투자 자금이 쏠릴 곳이 반도체 말고는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반도체는 실적 턴어라운드로 인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추천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러 변수가 있는데 전기차 수요 자체가 고금리 상황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부담이 있고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하면서 경쟁구도로 가고 있는데 가격이 인하되면 밸류체인 소재·부품의 단가 압박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중국업체 기술력이 계속 올라가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가격 인하와 경쟁으로 이익 성장이 제대로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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