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지역·필수의료 강화 마중물 될까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적용할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규모를 확정 발표했다. 늘어난 정원만큼 양성될 의료 인력이 이탈하지 않고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거쳐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은 현재 3058명에서 2000명 늘어난 5058명으로 확대된다. 정원 확대는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이 마지막으로, 27년 만이다.
지난 1일 복지부는 의료개혁안이 담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2006년 이후 19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이 유지되면 2035년에는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고 예측했다. 현재 의료 취약지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5000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의대 입학 의대생이 전문의가 되기까지 족히 10년이 걸리고,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가 급증할 것을 감안해 정부는 의대 모집 정원을 2000명가량 늘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보정심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담대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2006년부터 19년 동안 묶여있던 의대 정원도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어렵게 이룩한 우리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사 인력 수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고령화 추이, 감염병 상황, 의료기술 발전 동향 등 의료 환경 변화와 국민 의료 이용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력 수급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정원을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 하에 각 비수도권 의대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하겠다”며 “대학별 입학 정원은 교육부의 정원 배정 절차 등을 거쳐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파격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배경에는 의사 수 부족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원정 출산’ 등이 빚어지며 보건의료 현장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도 지역·필수의료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만큼 의대 증원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 의료 인력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세심한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대 증원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면서 “의대 증원을 통해 필요조건을 충족시켜가면서 수가제도, 의료전달체계, 의대교육 개편 등 여러 가지 충분조건을 함께 개선하기 위해 의료정책을 계속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제38·39대 회장을 지낸 추무진 더좋은보건의료연대 상임대표도 단순 의사 인력 확대는 의미가 없다며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공공의료 확충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의대 증원만으로는 필수의료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데 미흡하다. 무너져가는 지역의료체계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들 안 하려는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선발이 중요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현재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과연 의대 교육환경이 증원된 만큼 좋아질 것인가’라는 의구심과 ‘경쟁자만 더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을 안고 있고 이 때문에 증원에 반발한다”라며 “각 대학이 증원할 때 정부 차원의 개입과 함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것을 넘어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배정하는 것이 과제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지역·필수의료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학과 병원의 정원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는 그 지역의 환자가 얼마나 외부로 유출되고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는지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정책들이 현장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 의대와 병원이 제 역할을 안 할 경우 정원을 회수하고 건강보험 수가도 가산하지 않는 식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졸업 후 지역 필수의료기관 근무를 계약한 의대생에게 장학금과 수련비용, 교수 채용 할당, 교육·주거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한다.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신설해 권역별 3년간 최대 500억원을 지원하고, 동일 시·도 내 의뢰·회송에 대한 수가를 개선한다.
특히 각 비수도권 의대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할 계획이다. 더불어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을 방지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맞춤형 지역수가제를 도입한다. 필수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역량 강화 지원을 위한 ‘지역의료 발전 기금’ 신설도 검토한다. 의대 증원 효과가 단시간 내 나타나지 않는 만큼 의료 공백이 심한 지역에는 시니어 의사(은퇴 의사)도 재배치한다.
복지부가 교육부에 총 정원을 통보하면 교육부는 대학별 증원 수요를 재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최종 각 대학별 의대 정원은 오는 4월에 확정될 예정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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