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왜 'PF 예상손실 100% 적립'을 요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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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예상 손실을 100% 적립하라고 요구한 이유는 사업성 낮은 사업장 경·공매를 통해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작년부터 PF 사업장 경·공매를 유도하는 게 맞는 방향이었지만, 당시 받아줄 수요가 없었고, 금리도 높아서 정리하기 어려웠다"라며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아진 올해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하면, 대주단 간 경·공매 및 사업장 재구조화에 나설 유인이 커지고 토지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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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매 등으로 토지가격 하락 기대
분양가 하향 효과… PF 연착륙 큰 그림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예상 손실을 100% 적립하라고 요구한 이유는 사업성 낮은 사업장 경·공매를 통해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토지 경·공매를 통해 건설사들이 낮아진 가격으로 토지 매입이 가능해지면 분양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포석이다.
7일 감독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PF '부실 정리' 로드맵을 가동한다. 여러 차례 만기 연장한 사업장에 대해선 금융회사가 예상 손실 100%를 장부에 반영토록 하고 2분기 중 부실 사업장 재분류를 통해 충당금 추가 적립을 유도하기로 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2024년 업무 계획 기자간담회'에서도 "연체 유예 또는 만기 연장 반복 등 사업성이 현격히 낮아진 사업장은 우선적으로 2023년 말 결산에서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하라"고 강조했다. 부실 사업장은 연내 정리하며 손실을 제때 인식하지 않은 금융회사는 '시장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 PF 전체 규모는 134조원에 달한다. 성격별로 보면 브릿지론과 본 PF는 각각 30조원, 104조원으로 조사됐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2023년 3분기 말 2.42%로 상승했다. 문제는 저축은행이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PF 연체율은 2.05%에서 5.56%로 급증했다. 금감원이 최근 부동산 PF 관련 개별 저축은행 등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한 이유다. 금감원은 8일까지 금융사로부터 추가 (충당금) 적립 계획을 제출받아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에도 만기 연장 반복 등 사업성이 현격히 낮아진 사업장에 대해 결산 시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금융사들이 PF 사업장의 만기 연장 등으로 충당금 설정액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 시 담보나 보증 등 신용이 보강된 부분은 제외된다. 담보가 없거나 신용 보강이 어려운 대출을 충당금으로 인식하는데, 대출 만기를 연장하면 손실로 인식하지 않아도 된다. 즉 사업성 낮은 PF 사업장을 손실로 인식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토지 경·공매 부담을 덜 수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작년부터 PF 사업장 경·공매를 유도하는 게 맞는 방향이었지만, 당시 받아줄 수요가 없었고, 금리도 높아서 정리하기 어려웠다"라며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아진 올해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하면, 대주단 간 경·공매 및 사업장 재구조화에 나설 유인이 커지고 토지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건설사들이 낮아진 토지를 매입해 분양가도 하향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간담회에서 "국토부 등에서도 정책을 내놓았지만 (건설사들이) 안 움직이는 것은 가격 문제"라며 "토지 가격 비중이 크기 때문에 브릿지론 관련 금감원의 의도가 성공한다면 (토지)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 은행업권은 PF 충당금을 미리 적립했고, 일부 증권사는 하반기에야 손실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증권업계 CEO가 대거 교체된 상황에서 감독당국의 PF 충당금 적립 요구는 오히려 실적 '빅배스' 측면에서 타이밍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 가격 하락이 확인되면 자금 여유가 있는 금융사를 중심으로 PF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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