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된 대선… “개표 서버 먹통? 사진 찍어 보내”

김철오 2024. 2. 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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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승리를 조기에 확정한 엘살바도르 대선‧총선이 허술한 개표로 논란에 휩싸였다.

전산망 오류로 수작업을 동원한 개표는 하루를 넘겨서도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개표율에서 부켈레 대통령의 득표율은 83.14%로 집계됐다.

낙선 후보들은 부켈레 대통령의 출마부터 개표 과정까지 선거 전반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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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대선·총선 개표 논란
선거법원 서버 오류로 작업 지연
손으로 쓴 집계치 사진 찍어 전달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부인 가브리엘라 로드리게스 여사가 4일(현지시간) 밤 산살바도르 국립궁전 발코니에서 대선 승리를 축하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승리를 조기에 확정한 엘살바도르 대선‧총선이 허술한 개표로 논란에 휩싸였다. 전산망 오류로 수작업을 동원한 개표는 하루를 넘겨서도 끝나지 않았다. 손으로 쓴 집계치를 사진으로 찍어 엘살바도르 선거법원(TSE)에 전달하는 주먹구구식 개표가 이뤄졌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득표수 뻥튀기’ 의혹도 불거졌다.

투표는 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5시에 종료됐다. 이로부터 34시간 뒤인 6일 오전 3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6시) 현재 TSE 홈페이지에 공개된 개표율은 70.25%다. 투표 당일 자정까지 진행된 개표율은 31.49%. 진행율은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개표 지연은 전산망 오류에서 비롯됐다. 개표소에서 TSE 전산망으로 자료가 전송되지 않았다. 일부 개표소의 경우 집계치를 출력하는 인쇄용지가 미리 준비되지 않아 작업이 지연됐다. 수작업으로 개표하고, 손으로 적은 집계치를 사진으로 촬영한 뒤 TSE에 발송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의 개표가 진행된 셈이다.

수기로 제출된 개표 집계치의 법적 효력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TSE는 5일 긴급 성명을 내고 “수작업 개표를 마치면 집계표 출력 용지를 곧바로 TSE에 보내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개표소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선거사무원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부켈레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한 지난 4일 밤 9시쯤 수도 산살바도르 국립궁전에서 “국민 85%는 완전한 자유,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 가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국민 85%’란 자신에게 투표한 유권자다.

부켈레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엑스(옛 트위터)에서도 “자체 집계에서 8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기록”이라고 적었다. TSE 집계치 공개 전에 작성된 글이었다.

지금까지의 개표율에서 부켈레 대통령의 득표율은 83.14%로 집계됐다. 2~3위 후보의 득표율은 6%대로 낙선을 확정한 상태다. 낙선 후보들은 부켈레 대통령의 출마부터 개표 과정까지 선거 전반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재선 과정에서 ‘위헌 출마’를 주장하는 집회가 5일(현지시간) 수도 산살바도르 살바도르 델 문도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페인 언론 엘문도의 엘살바도르판은 5일 “야당이 개표 지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득표율 2위 후보를 낸 정당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은 “TSE가 불확실성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당선권에서 멀어진 득표율 7위 후보인 앤디 파울러는 “투표소를 닫은 지 12시간을 넘겨서도 개표에 대한 잠정치가 나오지 않았다. 공식적인 결과 발표도 없는데 ‘위헌 후보’는 자신만 알고 있던 자료를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위헌 후보’란 부켈레 대통령을 말한다. 부켈레 대통령은 ‘6개월 이상 대통령 재임 시 10년 내 재출마 불가’를 명시한 헌법상 연임금지 조항을 임기 만료 6개월 전 휴직으로 교묘하게 피해 위헌 소지를 남겼다.

총선 투표 과정에서 득표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엘살바도르 일간 라프렌사그라피카는 “총선에서 TSE 전산망에 입력할 때 1표가 아닌 2~3표로 나타나는 오류를 목격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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