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부처 벽 허물라" 지시에…국토∙환경부 국장 맞바꾼다

박태인 2024. 2.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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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생토론회는 부처별 협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진 대통령실

국토 개발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관에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을 앉히고, 자연보전국장 자리엔 국토정책관을 앉히는 식의 맞바꾸기식 인사교류가 추진된다. 상충하는 업무를 다뤘던 두 부처 국장이 입장을 바꿔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른 발상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은 이처럼 ‘갈등 사안’이 존재하는 부처 간 핵심 국·과장의 보직을 맞교류하는 파격적인 인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년을 맞아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정책 협력을 강화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최근 윤 대통령에게도 관련 내용이 보고된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갈등 사안이 있는 부처 간 핵심 보직 인사 교류 방안을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행동하는 정부’를 내세운 윤 대통령은 올해 주요 회의 때마다 “부처 간에 과제별로 협력하고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각자의 소관 업무에만 매몰되다 보니 정책 실행 속도가 더디다는 답답함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보신주의에 빠진 관료주의 시스템에 대한 혁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고,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선 “올해는 과제 중심으로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부처 간 인사교류 등 구체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중 발표될 교류 대상 국ㆍ과장 보직은 최소 20여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 부처로는 환경부와 국토부를 포함해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포함됐다. 기획재정부의 정책조정기획관과 과기부의 성과평가정책국장도 인사 교류 대상에 올랐다.

정부 일각에선 이번 인사 교류 방안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갑작스레 정반대 국ㆍ과장급 업무를 맡을 경우 전문성 부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은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더 클 것이란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토 개발에 있어 환경영향평가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라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때 보존과 개발의 조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핵심 관계자도 “인사 교류를 영구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각 부처의 업무를 경험하고 돌아올 때 협력의 시너지가 훨씬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교류 대상 부처와 핵심 인재를 서로 맞교환 하고 협업 프로젝트도 함께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산업 정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함께 보고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국무조정실은 인사 교류 방안을 마련하며 과거 노무현 정부의 인사 교류 사례도 참조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도 공직 사회의 폐쇄성과 부처 간 이기주의 극복을 위해 부처 간 파격적인 인사 교류를 지시했다. 당시에도 에너지와 대기 보호라는 상충하는 업무를 다뤘던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과 환경부 대기보전 국장이 맞교류 대상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은 인사 교류 대상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까지 대접하며 각별히 챙겼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바뀌며 부처 간 인사 교류가 다시 형식적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현 정부의 시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와 주택 등 주제별로 열리고 있는 민생토론회도 대표적인 부처별 협력 사례”라며 “인사 교류 등을 통해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에 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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