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산토끼' 훑는 한동훈…'집토끼 결속' 챙기는 이재명
4·10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대비되고 있다. 최근 한 위원장이 수도권을 집중 방문한 반면 이 대표는 야권 우세 지역을 주로 찾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1일부터 이번달 6일까지 한동훈 위원장의 공개 일정을 확인한 결과 총 38회의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서울 11회, 경기 6회, 인천 1회 등 총선 최대 접전 지역인 수도권 일정이 절반에 가까운 18회(47%)에 달했다. 특히, 지난달 전국을 돌며 신년 인사회를 마무리한 뒤 최근 2주간의 일정만 보면 외부 일정 9회 중 8회(89%)를 서울·경기에서 소화했다. 유일한 예외는 당초 예정되지 않았던 경북 문경 화재 현장 방문(지난 1일)이었다. 지난달 2일 피습을 당한 이재명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지난달 24일 이후 한 위원장이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다닌 것이다. ‘수도권 집중 전략’이 더 뚜렷해진 셈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대학생과 만나 “청년들은 더 많은 노력을 들여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죄송한 마음이 매우 크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5일 서울 경동시장을 방문해서는 “경기가 안 좋아서 상인들이 많이 힘들어하신다. 많이 부족하지만,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지지 정당을 정하지 않은 ‘산토끼’를 잡기 위해 최대한 겸손 모드로 민생 관련 이슈에 접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들어 수원(지난달 31일)에서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하고, 구리(2일)·김포(3일)를 찾아 서울 편입론을 띄우는 등 수도권 민심과 중도층에 구애할 수 있는 개발 이슈를 띄웠다.
한 위원장의 수도권 집중 전략은 “위기감의 발현”(여권 관계자)이란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서울 출마자는 “당 내부 조사에서 해볼 만한 지역도 이제는 8%포인트 이상 밀린다는 얘기가 돈다. 체감 민심은 너무 차갑다”고 말했다. 253개 지역구의 절반에 가까운 121석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여기서 밀리면 총선 승리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 위원장이 수도권 ‘스윙 보트’(Swing vote·경합) 지역을 다니며 밑바닥 민심을 훑는 ‘보병전’을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수도권에는 국민의힘 현역이 적고, 아직 본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아 유권자 눈에 띄는 인물이 부족하다”며 “그래서 인지도 높은 한 위원장이 먼저 직접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위원장과 달리 이재명 대표는 최근 ‘반(反)윤석열’ 전선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1일부터 이번달 6일까지 10회의 공개 일정만 진행했다. 지난달 2일 피습을 당한 이후 병원 입원 등으로 외부 일정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당무에 복귀한 뒤에도 피습 이전에 비해 일정 자체가 줄었다. 하지만 최근 2주간 총 4번의 공개 일정을 가지면서 2번 지역을 방문했는데, 둘 다 민주당의 정치적 핵심 지역이었다. 지난 4일 이 대표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은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게 시대 소명”(이 대표), “국민의힘은 증오·적대를 생산하는 게 선거 전략”(문 전 대통령)이라고 말하며 국민의힘에 맞선 내부 단합을 강조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명 대 비명’ 갈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적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다음 날인 5일에는 대표적인 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광주를 찾았다. 문 전 대통령에게 피습 당시 칼에 찔린 상처를 보여줄 정도로 후유증이 남아 있는 이 대표지만 5·18 민주묘지 참배(오전 9시)→양동시장 방문(오후 12시)→당원 간담회(오후 7시) 등 하루를 꼬박 광주에서 보냈다. 야권 관계자는 “역대 민주당 지도자는 당이 안팎으로 흔들릴 때 광주를 찾아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일궈내면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왔다”며 “이 대표도 정권심판론을 광주에서부터 끓어 올리겠다 의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광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방침을 발표한 것도 ‘계산된 행보’란 시선이 많다. 이 대표는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여당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광주에서 야권 전체의 ‘반윤 전선’ 결집을 호소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 대표는 피습 전날인 지난달 1일에는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리고는 곧장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이 역시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고, 친명 대 비명 갈등의 원심력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탈당하는 등 현재 민주당은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현출(정치외교학과) 건국대 교수는 “한 위원장은 민생 정책에 대한 기대를 회복해야만, 이 대표는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해야만 이길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콘셉트 차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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