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엔 헬멧 덩그러니… 시민들 “만취운전 엄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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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변.
배달기사 배우정(38)씨는 흰색 조화 바구니 옆에 소주 한 병을 내려놓았다.
사흘 전 만취한 20대 여성이 몰던 차에 치여 바로 앞 도로에서 숨진 배달기사 A씨(54)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배씨는 "사고 이후 새벽에 일하기가 무섭다. 계속 뒤를 쳐다보게 된다"며 "억울하게 사망한 50대 가장의 명복을 빌고, 다른 라이더들의 안전도 지켜 달라는 의미에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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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추모공간에 걸음 멈추고 묵념
6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변. 배달기사 배우정(38)씨는 흰색 조화 바구니 옆에 소주 한 병을 내려놓았다. 사흘 전 만취한 20대 여성이 몰던 차에 치여 바로 앞 도로에서 숨진 배달기사 A씨(54)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배씨는 “사고 이후 새벽에 일하기가 무섭다. 계속 뒤를 쳐다보게 된다”며 “억울하게 사망한 50대 가장의 명복을 빌고, 다른 라이더들의 안전도 지켜 달라는 의미에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근처에 마련된 좁은 추모 공간에는 라이더의 상징인 오토바이 헬멧이 놓여 있었다(사진). 사고 당시 A씨가 쓰고 있던 헬멧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누군가가 A씨를 기리기 위해 놓아둔 것으로 보인다. 헬멧 위에는 전날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동료 배달기사들이 보낸 근조 화환 앞에는 A씨의 넋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이 놓고 간 술병과 간식이 가득했다.
홀로 살며 배달 일을 하던 A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한 추모객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정모(43)씨는 “나도 자식이 3명 있어 남 일 같지 않다”며 “음주운전 단속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는 유연택(60)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찾아와 조화 앞에서 목례를 했다. 유씨는 “술을 먹고 차를 탄 것도 모자라 구호 활동을 하지 않고 강아지만 껴안고 있던 가해자의 모습을 보면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곳이 출퇴근길이라는 정욱(47)씨도 “최근 마약 운전자도 많은데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직장인 이다혜(31)씨는 “분향소를 보고 누군가 또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구나 싶은 생각에 찾아봤다. 열심히 일하던 기사분이 갑자기 황망하게 가셔서 마음이 좋지 않다”며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3일 새벽 4시 반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뒤따라오던 유명 DJ 안모(24)씨의 벤츠 차량에 들이받혀 숨졌다. 안씨는 추돌 이후에도 100m가량을 더 가서야 멈춰섰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안씨는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안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안씨에 대해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를 추가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사고 목격자들에 따르면 안씨는 사고 직후 쓰러진 A씨에게 구호조치도 하지 않은 채 반려견을 끌어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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