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트럼퍼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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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가 당신을 상원의원으로 지명했는데도 당신은 나와 함께 있다. 정말 그를 싫어하는 게 틀림없다."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뒤 팀 스콧 상원의원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스콧은 트럼프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단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을 잘랐다.
트럼프 진영의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최근 "나는 주류 언론과 좌파로부터 미움을 받지만, 공화당 기득권층이 오히려 나를 더 미워하고 멸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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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가 당신을 상원의원으로 지명했는데도 당신은 나와 함께 있다. 정말 그를 싫어하는 게 틀림없다.”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뒤 팀 스콧 상원의원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키워 준 니키 헤일리 얼굴에 침을 뱉으라는 고약한 지시처럼 들렸다. 스콧은 트럼프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단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을 잘랐다. 트럼프는 “그래서 당신이 훌륭한 정치인”이라며 만족해했다.
공화당 경선을 취재하면서 ‘2024년의 트럼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3연속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눈앞에 둔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공화당의 완벽한 항복과 굴종을 바라고 있다. 스콧의 행동은 흑인 커뮤니티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는 “그 장면을 지켜보는 건 치욕적이었다. (스콧 같은) 흑인이 높은 정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해 왔는데, 이보다 더 부끄러운 순간은 내 인생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그러나 웃음과 환호가 넘쳤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은 상대에 대한 조롱과 혐오, 독재자가 되겠다는 끔찍한 발언 등을 가벼운 농담쯤으로 여겼다.
아이오와 코커스 현장이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투표소에서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던 공화당 유권자 대다수가 트럼피스트들이었다. 2016년 주류 미디어를 혼란에 빠뜨렸던 ‘샤이 트럼퍼’는 이제 트럼피즘의 전도사로 변모했다. 공화당 밑바닥 DNA가 송두리째 교체된 느낌이었다. 트럼프는 이들이 소비하는 문화가 됐다. 지난달 서던뉴햄프셔대학(SNHU) 실내경기장 유세 때는 가족 단위 지지자들이 햄버거와 피자를 사 들고 ‘트럼프 쇼’를 즐기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트럼프는 2016년 민주당과 공화당 엘리트들에 신물이 난 노동계급 유권자를 등에 업고 대선에 승리했는데, 이제는 그 지지가 노동계급 너머로까지 확산한 듯 보였다.
트럼프 진영의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최근 “나는 주류 언론과 좌파로부터 미움을 받지만, 공화당 기득권층이 오히려 나를 더 미워하고 멸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대로 지껄이도록 둬라. 나는 변화가 보인다. 여러 영웅이 당대에 망나니로 불렸다”고 말했다. 배넌이 봤다는 변화가 트럼프 유세장의 열기를 말한 것일 수도 있겠다. 트럼프와 지지층의 독특한 유착이 당을 장악하면서 이들은 이미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넌은 얼마 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버리고 다음 사람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시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려고 민주당과 임시예산안을 합의한 걸 비판한 것이다. 배넌 발언 뒤 존슨은 상원 지도부의 여야 국경 안보 합의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쁘다며 “의회 도착 순간 사망”이라는 강성 발언을 내뱉었다.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극우 선동가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트럼프의 지시로 여야 합의안이 좌초 위기를 겪으며 우크라이나 전황은 풍전등화다.
트럼프의 재선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이 힘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더라도 분노의 응집력만 더 커질 공산이 많아서다. 학자들은 60%가 넘는 대중(對中) 무역 관세 부과가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트럼프 지지층은 상관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대북 정책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 이미 본 대결에 돌입한 트럼프와 반트럼프의 파워 게임을 남 일 보듯 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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