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앎에서 말씀의 삶, 섬김의 행함으로 나아가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목회 환경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열악해졌다.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전쟁과 경제적 불황, 기후위기에 따른 메가톤급 재앙 등 어느 것 하나 우리가 소망을 둘 곳이 없어 보인다. 역설적으로 오히려 하나님께 의지해야 하는 깊은 영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세종꿈의교회에서 만난 멀티꿈의교회 대표 안희묵 목사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주님이 함께 하신다면 우리의 환경이 문제 되지 않는다. 한국교회와 성도들도 이런 상황을 피할 순 없지만 이겨내야 한다”며 “주님이 일하실 수 있도록 나를 주께 내어드릴 때 주님의 일하심을 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팬데믹 시기를 경험한 교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안 목사는 무엇보다 예배와 기도 등 본질 회복에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 팬데믹 후 열악해진 목회 환경에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소망의 메시지를 건넨다면.
“책 ‘한국교회 트렌드 2024’는 향후 5년 이내에 없어질 교회가 무려 20%나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팬데믹은 끝났지만 아직 교회로 돌아오지 않은 ‘플로팅 신자’(이 교회 저 교회 떠도는 신자)들이 24% 가까이 된다고 하니 교회 미래도 암울해 보인다.
한국교회와 성도들도 이런 상황을 피할 수는 없지만 이겨내야 한다. 하나님 말씀처럼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어야 한다.(겔 16:6) 우리는 왜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어야 할까. 죽지 않고 살아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선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6개 독립교회로 구성된 멀티꿈의교회는 올해 슬로건을 ‘이제, 주님이 하십니다’로 정했다. 내 힘과 능력으로 아무리 애써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므로 주님이 하셔야 한다. 주님이 일하실 수 있도록 나를 내려놓고 주께 내어드리면 주님이 일하실 것이다.”
-새해를 맞아 회복·부흥의 기치를 내건 교회들이 많은데.
“주님이 하시는 위대한 일을 경험하려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한다. 오늘날 어떤 성도들은 믿음으로 살려고 애써도 여전히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주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믿음으로 살지 않기 때문이다. 앎이 있는데 삶이 없는 것이다. 십자가를 지긴 했는데 십자가 위에서 살려고 몸부림치니 고통스러운 것이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 주장을 다 내려놓고 주님께 맡기자.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신앙인이 됐을 때(갈 2:20) 주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기복 신앙을 버리고 ‘하나님 중심’의 복음 신앙을 가져야 한다. 주일 예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예배가 훨씬 더 중요하다. 복음 신앙은 모든 삶이 신앙생활임을 인정하는 신앙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 주보에는 ‘공동예배의 끝은 삶의 예배의 시작’으로 적혀 있다.
결국 우리가 복음 신앙이 있다면 복음을 듣는 믿음에서 아는 믿음으로, 아는 믿음에서 사는 믿음으로 성숙해지게 돼 있다. 복음을 앎에서 말씀의 삶으로, 나아가 섬김의 행함으로 나가야 한다.”
-교회 성도들에게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나.
“가장 중요한 건 ‘앎이 삶이 되는’ 건강한 신앙이다. 습관적으로 예배드리는 신앙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나가는 선교적 신앙을 강조한다. 그래서 착한 교회, 선교적 교회를 지향한다. 저는 평소 성도들에게 ‘우리가 꿈의교회’라고 강조한다. 교회는 기관이나 단체가 아니라 영적 공동체다. 교회에 생명력이 있다면 생존을 넘어 부흥하게 돼 있다. 살아있는 거룩한 교회가 되면 부흥은 자연스럽게 열매로 맺어진다.
또 한 가지 직분으로 살지 말고 역할로 섬길 것을 강조한다. 에베소서 4장 11~13절을 보면 교역자의 역할은 모든 성도가 하나님 자녀의 축복을 누리고 하나님을 섬기는 사역자의 특권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구비시키는 데 있다. 직위나 직분 중심의 성직 패러다임을 버리고 역할 중심의 사역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모든 성도가 사역자로 섬기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최근 저서 ‘회복의 빛, 예수’를 발간했다.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다.
“어느 날 불청객으로 찾아온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이 무너졌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에게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서로에 대한 의심과 두려운 마음이 역류하는 상황 속에서 교회의 현장 예배는 속절없이 중단됐다. 성도들의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교회의 섬김 활동도 중단됐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상의 불편함은 불안과 염려의 씨앗이 됐다.
사회·경제적·영적 암흑기 속에서 위로가 된 것은 오직 주님의 말씀이었다. 주님은 거친 풍랑이 몰아치는 갈릴리 바다 한복판에서 사투를 벌이던 제자들에게 찾아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마 14:27) 우리가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시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 주님이 새로운 회복의 시작점이 되신다. 아무리 두렵고 힘겨운 상황에 직면했어도 주님이 함께하신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이 책은 이런 영적 깨달음으로 멀티꿈의교회 성도들과 함께 주일예배 때 나눈 말씀을 정리해 엮은 것이다. 회복은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마음이다. 주님과 깨어진 관계부터 회복해야 한다. 주님의 몸 된 교회에 대한 열정을 회복하자. 온전한 예배와 기도, 사랑을 회복하자. 새로운 회복은 이미 우리 가운데 시작됐다. 주님이 예비하신 새로운 회복을 발견하고 누리는 새해가 되길 축복한다.”
바울·바나바 파송했던 안디옥교회처럼 한 교회서 시작, 다섯 교회 세우고 협력
안디옥교회는 교회 사역자인 바울과 바나바를 파송해 여러 곳에 교회를 설립하고 복음을 증거하며 중추 역할을 감당했다. 안디옥교회를 모델로 한 멀티꿈의교회(대표 안희묵 목사)는 공주꿈의교회 등 6개의 독립 교회가 하나의 비전과 사명을 함께 하는 선교적 교회이자 에클레시아 공동체(거룩한 신앙 공동체로서의 교회)로 선한 사역에 앞장서며 교계에 신선한 도전을 주고 있다.
멀티꿈의교회의 시작에는 한국 기독교 초창기 시절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선교사들의 헌신이 있었다. 해외에서 온 선교사들은 공주교회 등을 중심으로 교회를 개척하는 사역을 이어왔다. 말콤 C 펜윅 선교사가 설립한 공주교회는 담임목사가 여러 곳에 교회를 설립하며 순회 목회한 역사가 깃들어 있다.
이런 역사를 계승한 안희묵 목사는 공주꿈의교회를 중심으로 여러 교회들을 개척했으며 현재는 6개 교회가 에클레시아 공동체를 이루는 멀티꿈의교회로 발전시켰다. 공주꿈의교회 제 25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안 목사는 2008년 대전꿈의교회를 개척했고 두 교회를 오가며 목회했다. 2012년 공주꿈의교회와 대전꿈의교회 성도들과 함께 세종꿈의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대전꿈의교회는 정임엘 담임목사를 세웠다.
정부청사가 들어선 세종시는 대부분 타지에서 이사오는 주민들로 구성된 신도시다. 2020년 세종통계연보에 따르면 세종시의 평균 연령은 37.7세로 30·40세대가 대부분인 젊은 도시다. 젊은 세대에 맞는 목회 비전과 마인드, 선교 전략이 필요한 지역이다. 안 목사는 멀티꿈의교회 거점을 세종꿈의교회로 잡았다. 세종꿈의교회를 중심으로 2017년 세종에 글로리채플교회와 글로벌꿈의교회를 개척해 설립했다.
이후 안 목사는 글로리채플교회에 이민욱 담임목사, 공주꿈의교회는 배창효 목사를 담임목사로 세운 후 원로목사로 물러났다. 그리고 세종꿈의교회를 중심으로 새로운꿈의교회를 개척했으며 엄진섭 담임목사를 세우고 물러났다. 안 목사는 현재 세종꿈의교회에 집중하면서 또 다른 교회 개척을 위해 기도 중에 있다.
멀티꿈의교회는 각 교회 특성을 살려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한다. 6개 교회는 재정 등이 분리된 독립교회지만 복음과 선교를 위해 협력하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낸다. 멀티꿈의교회는 각 교회 주일 헌금의 10%를 비전선교회로 모아 40여명의 선교사와 140여개의 작은교회와 각종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대외 사역에도 협력하며 큰 열매를 거두고 있다. ‘21일의 부활 행전’ ‘위대한 상속자로 한 달 살기’ 등 중요한 교회 사역들을 공유하며 영적인 효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안 목사는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신다. 교회가 하나님의 피 값을 주고 사신 하나님의 꿈이기 때문”이라며 “다섯 가지 사명(교육·교제·사역·예배·증거)에 집중하면서도 교회 협력의 열매도 맺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립된 여러 교회가 하나의 비전과 사명으로 함께하는 선교적 교회를 말한다. 각 교회는 재정과 행정이 독립된 형태를 취한다.
세종=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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