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림택권 (17) 진딧물 잡으려다 흡연자로 오해 “목사님, 담배 피우셔요?”

임보혁 2024. 2.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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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벧엘교회를 개척하고 본격적인 두 번째 이민목회 사역을 펼치기 시작한 1974년 무렵.

주일이 되면 교회 예배당 구석에 둔 성경책과 찬송가가 든 상자를 문 앞에 펼쳐놓고 교인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척했던 정원교회 주일학교 전도사였던 박도원 목사님, 벧엘교회 사역을 도와주신 최병수 목사님 등을 잊을 수 없다.

특히 교회에서 소문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미국 사회의 비주류로 살다 보니 이야깃거리가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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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했던 이민 사회 담배 사는 모습만 보고 흡연자로 착각
아이들 하교 때 데리러 갈 시간 놓쳐 찾아 헤매다 유괴된 부모 마음 겪기도
림택권 목사가 1995년 무렵 마지막으로 담임 목회한 미국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 정문에서 기념촬영한 모습.


미국 시카고 벧엘교회를 개척하고 본격적인 두 번째 이민목회 사역을 펼치기 시작한 1974년 무렵. 주일이 되면 교회 예배당 구석에 둔 성경책과 찬송가가 든 상자를 문 앞에 펼쳐놓고 교인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내와 함께 예배당 문 앞에서 서성대는데 그때 기분은 마치 길가에서 물건을 팔려고 좌판을 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 같았다.

설교를 위해 강대상에 올라 예배당을 볼 때면 정작 참석해야 할 교인이 잘 안 보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그러다 보니 참석한 교인들에게 신경질 아닌 신경질을 부리곤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당시는 이민법 개정 등으로 교회 주변에 한인교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솔직히 교인이 근처 교회로 옮겼다는 소식이라도 들으면 그 교회 목사님들이 몹시 미웠고 시기와 질투도 생겼다. 목회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어 그냥 돈이나 벌어서 선교사나 도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주님, 그래도 저만한 목회자 못 만나실 겁니다. 다시 시작할까요’ 하며 기도 아닌 기도만 되뇔 뿐이었다.

교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나보다 늘 앞서 준비하셔서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셨고 도움도 받게 하셨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척했던 정원교회 주일학교 전도사였던 박도원 목사님, 벧엘교회 사역을 도와주신 최병수 목사님 등을 잊을 수 없다.

낯선 미국 사회와 이민교회 특성으로 웃지 못할 사건도 많았다. 한번은 시카고 북쪽 스코키라는 동네로 이사한 후였다. 개학 첫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피곤해서 집에서 쉬다 그만 아이들을 데리러 갈 시간을 놓쳤다. 한국과 달리 대중교통이 잘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아이들이 알아서 혼자 집에 오기란 쉽지 않을 때였다. 부랴부랴 뒤늦게 학교에 갔지만 아이들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식이 유괴된 부모의 마음과 같았던 것 같다. 경찰에 신고하고 집에서 소식만 기다리는데 다행히 어느 한 일본계 미국인 여성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왔다. 길에서 헤매는 걸 보고 차에 태워 데리고 왔다고 했다. 알고 보니 등교할 때와 다른 정반대 방향 문으로 나갔는데 학교가 무척 커서 방향을 잃었다고 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이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다.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신 28:6)

또 한번은 집 뒤 작은 텃밭이 있었는데 장미꽃에 진딧물이 꼬여 보기 안 좋았다. 지인이 담배를 물로 우려내서 스프레이로 뿌리면 없어진다고 귀띔해줬다. 근처 상점에서 담배를 한 갑을 사서 계산하려고 기다리는데 하필 날 아는 다른 분이 들어오셨다. 날 보고 눈인사를 하는데 그분 표정이 마음에 쓰였다. 그렇게 1년쯤 지났을까. 교인 한 분이 어느 날 내게 슬쩍 다가오더니 이렇게 물었다. “목사님, 혹시 담배 피우셔요? 그런 소문이 돌아서요.”

난 당황해서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해명했다. 1년 전 담배 가게에서 만난 그분 얼굴이 떠올랐다. 오이밭에서는 신발 끈을 함부로 고쳐 매지 말라는 옛 속담도 생각났다. 이처럼 이민 사회는 여러 소문이 많았다. 특히 교회에서 소문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미국 사회의 비주류로 살다 보니 이야깃거리가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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