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없다고 빌드업 와르르…월클 의존 '해줘 축구' 민낯
수문장 조현우(울산)의 미친 선방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빠진 상황에서 수비 조직력이 무너진 한국축구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카타르 알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대회 4강전에서 후반에 잇달아 2골을 내주며 0-2로 졌다. 4강 대진이 확정됐을 때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분석됐지만 한국의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맞춤형 전술로 나선 요르단의 치밀한 전략에 무너졌다.
전술과 선수 구성의 변화 없이 이전 경기와 동일한 멤버로 나선 한국을 상대로 요르단은 ‘중원 공략’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의 중앙 지역을 지키는 박용우(알아인)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을 강하게 압박해 실수를 유도한 뒤 볼을 빼앗아 역습에 나서는 전략이었다.
한국이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치르는 내내 두 선수의 볼 키핑력 문제는 클린스만호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 됐다. 황인범은 전방으로 보내는 패스의 질이 좋은 반면 볼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 했다. 박용우는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웠고 실수를 연발했다.
이전 여러 경기와 견줘 요르단전의 가장 큰 변화는 두 선수의 후방을 커버하는 김민재의 부재였다.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더라도 빠른 발과 체격으로 위기 상황을 해결하던 김민재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면서 한국은 역습 허용 이후 손쉽게 공간을 내줬다. 전반에만 4차례나 결정적인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긴 조현우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스코어가 더욱 벌어질 뻔했다.
수비가 흔들리면서 공격도 함께 침묵했다. 공격수들이 수비에 가담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선수도 볼도 상대 위험지역 내로 좀처럼 침투하지 못 했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월드클래스로 분류되는 공격수들을 여럿 보유하고도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치욕에 가까운 패배를 허용했다. 전술적으로 또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채 능력이 뛰어난 몇몇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이른바 ‘해줘 축구’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1960년 이후 64년 만에 다시 찾아온 절호의 우승 기회를 허무하게 날린 것과 관련해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반 내내 요르단이 박용우와 황인범을 집중 공략해 실수를 유도하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후반 들어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실점을 허용한 이후에야 부랴부랴 박용우를 빼고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을 투입했지만, 기울어진 흐름을 되돌리지 못 했다. 두 번째 실점 이후에도 만회 골을 위한 과감한 교체 전략은 없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절호의 우승 기회를 놓쳐 너무나 아쉽다”면서 “우리 실수로 인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밤늦은 시간까지 경기를 시청하며 응원을 보내준 팬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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