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슈팅 0개' 클린스만호, 요르단에 0-2 완패…결승행 좌절

피주영 2024. 2. 7.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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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아쉬워하는 손흥민(왼쪽). 뉴스1
요르단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손흥민.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꿈도 깨졌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대회 4강전에서 부진 끝에 0-2로 완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64계단이나 낮은 요르단(87위)을 상대로 후반에만 2골을 내주며 힘 없이 무너졌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버틴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우승 후보 한국은 이날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 슈팅 '0개'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반면 요르단은 이변의 팀이다. E조 3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뒤 자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두 차례 연장 승부로 지친 한국 선수들. 뒷심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뉴스1
경기 초반부터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린 손흥민. AP=연합뉴스

이로써 한국 9년 만의 대회 결승 진출도 좌절됐다. 한국이 요르단에 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까지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3승3무로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이날 경기는 한국과 요르단의 '리턴 매치'였다. 두 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맞붙었다. 당시엔 2-2로 비겼다. 클린스만호는 조 2위(승점 5), 요르단은 3위(승점 4)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을 상대로 최정예를 꾸렸다. 이날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 대신 손흥민을 투입하는 '손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가동한 전술이다. 2선 공격엔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 이재성(마인츠)이 배치됐다. 중원은 황인범(즈베즈다)과 박용우(알아인)가 책임졌고, '철기둥'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빠진 포백 수비는 설영우-정승현-김영권(이상 울산)-김태환(전북)이 출전했다. 지난 시즌 울산의 K리그1 2연패를 이끈 수비 라인이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꼈다.

경기 중 그라운드를 향해 소리치는 클린스만 감독. 뉴스1

김민재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경기 초반부터 파상공세를 펼치는 요르단 공격진을 상대로 한국 수비진은 크게 흔들렸다. 이번 대회에서 김민재 중심으로 후방 빌드업을 펼친 한국은 이날은 패스 미스를 연발하며 시종일관 불안 모습을 보였다. 실수는 상대의 슈팅 찬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거미손' 조현우가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그는 전반 17분과 25분 연달아 터진 요르단의 슈팅에 수퍼세이브를 선보였다. 조현우는 전반 42분 상대가 골문 앞에서 때린 강력한 슈팅을 안면으로 막아내는 등 전반전 단연 돋보였다. 한국은 전반 32분 황인범이 올린 크로스를 이재성이 골문에서 헤딩으로 연결했는데, 왼쪽 골대를 맞고 골라인 아웃됐다. 한국의 유일한 득점 찬스였다. 클린스만호는 전반에 볼 점유율에서만 60%로 상대(40%)에 앞섰을 뿐, 슈팅 수 4-12, 유효슈팅 수 0-4 등 주요 공격지표에서 요르단에 밀렸다.

김민재 공백을 메우지 못한 클린스만호. 연합뉴스

후반에도 경기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은 피로감에 시간이 흐를수록 발이 무거워졌다. 한국은 사우디와의 16강과 호주와의 8강전 등 두 경기 연속 120분간의 연장 혈투를 벌였다. 결국 실점했다. 이번에도 패스 미스가 빌미가 됐다. 박용우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백패스하자, 요르단이 기다렸다는 듯 가로챘다. 요르단 에이스 무사 알타마리가 빠르게 한국 진영으로 드리블 돌파한 뒤,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패스를 내줬다.

알나이마트는 조현우와 일대일 찬스에서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 3경기 연속 선제골을 허용하는 등 집중력 부족을 드러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급히 박용우 대싲 조규성을 투입했지만, 한 번 기운 판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오히려 후반 21분 빠르고 간결한 공격을 펼친 알타마리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공격수 양현준(셀틱)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모두 투입하며 마지막 반격에 나섰지만, 끝내 요르단 골문을 열지 못했다.

알라얀=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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