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양당구조 계속되면, 수년 내 베트남에도 뒤처질 것"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
여당은 무능,야당은 마피아식 가족주의
사회 쪼그라들며 정치 양극화 극심해져
신당 안착 못하면 총선후 정치불안 우려
호남, 여전히 중요출마 들여다보는 중
대한민국 정치는 표 얻는 기술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운 정치인들이 야기한 극심한 갈등은 국민을 좌절케 하고 나라를 퇴행시키고 있습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의 재구성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만나 그들의 진단과 해법을 들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조응천 미래대연합(가칭)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및 김동연 경기지사에 이은 6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입니다. 신당 창당 직전인 지난달 18일과 창당 직후인 5일(전화) 두차례 2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 공동대표는 "'수축 사회'가 된 대한민국이 무능한 여당과 마피아식 가족주의가 판치는 민주당의 공생으로 누란의 위기"라고 했습니다. 이어 "민심의 욕구를 신당이 의석으로 흡수 못 하면 총선 후 폭발적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국민의당·자민련과 달리 신당은 수도권·청년에서 바람이 불어 호남·장년층으로 확산 중인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민주당의 문제점과 양당 기득권 정치의 해악 및 신당의 전략 ▶'수축사회'가 된 나라 현실 진단과 '이낙연표' 개혁 방안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강찬호 논설위원
(박성민) 더불어민주당에 수십년간 몸담으며 대표까지 지냈다. 왜 그 당을 떠나 신당을 창당했는지?
A : (이낙연) 내가 지금 민주당에 남아 할 수 있는 일은 총선 유세 지원 정도일 텐데 국민의 30~40%는 어느 정당도 지지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인생 후반전에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여러달 고심했다. 내린 결론은 거대 여야의 독주에 절망한 국민을 위해 신당을 만드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란 것이었다. (박) 지난해 12월3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났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A : (이) 동어 반복의 평행선을 달렸을 뿐이었다. 변화가 필요한데 왜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이 대표는 단합이 필요하다란 말만 반복했다. 난 '혁신을 통한 단합이어야지 무조건적 단합으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분은 한 가지 말을 하면 나머지 얘기엔 입을 다물어버리더라. (이 대표가 못 물러나겠다는 뜻을 암시한 건가?) 그렇다. (박)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뜻이 바로 당론이 되는 현실이 심각해 보인다. 제왕적 대통령 아닌 '제왕적 당 대표'가 문제인 시대가 됐다. 민주당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A : (이)이탈리아의 한 정치학자(마르코 산토로 볼로냐대 교수)가 정당을 연구하다 마피아 연구로 방향을 틀었다. 정당의 본질적인 요소들이 마피아에 더 있다는 거다. 그분이 낸 책이 '마피아 정치학(Mafia Politics)'이다. 책의 핵심은 무도덕 가족주의(Amoral Familyism)다. 부도덕이 아니라 도덕 관념이 아예 없는 가족주의다. 내 가족은 뭐든지 좋고 남의 가족은 뭐든지 나쁘게 보는 게 마피아 문화인데 그게 정당에 그대로 녹아있다는 거다. 한국 정당들도 그 길로 가는 듯하다. 이 대표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문화가 극대화된 게 지금(의 민주당)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후진타오가 끌려나가고 장성택이 끌려 나가는 중국 공산당과 조선 노동당이 연상된다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 민주당의 가치 체계가 붕괴한 거다. 과거엔 달랐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소수 정당을 우군화했다. 중요한 표결에서 소수 정당의 도움을 받고 선거에선 소수 정당을 지원해 지속 가능하게 했다. 지금은 그런 선거 연합이나 후보 단일화가 다 사라져 버렸다. 억압과 봉쇄로만 간다. 민주당이 추구해온 소수자 배려를 팽개친 것이다. (박) 18년전에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란 책을 썼다. 정치는 강한 사람이 좋은 사람보다 잘한다. 지금은 그게 고질화돼 검투사식 콜로세움의 정치가 횡행한다. 4.10 총선이 중요한 기로다.
A : (이) 옳은 말이다. 나도 예전부터 '선거는 독한 놈이 이긴다'고 주장해왔다. 지금 제3세력(신당)을 형성한 사람들은 거대 여야의 타락과 폐해를 처절하게 경험했던 이들이다. 거대 양당 구조가 또아리를 틀다보니 대한민국이 누란의 위기다. 정권이 무능하고, 야당도 부패와 부도덕의 늪에 빠져 서로 약점이 많다 보니 적대적 공생을 이어간 결과다. 양당에 나라 운명을 계속 맡기면 이미 13위권까지 떨어진 국가 순위가 베트남·인도네시아에도 뒤지거나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 새로운미래에 3만명이 온라인으로 발기인 신청을 했다. 그중 73%가 30·40대이고 그중 70% 이상이 여성이더라. 기성 정당의 변화를 바라는 욕구가 이렇게 용암처럼 끓고 있다.이를 정치가 수용하지 못하면 폭발적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승만 정권이 3·15 부정 선거로 집권 연장을 꾀했지만 4·19 혁명으로 한달만에 대통령이 하야하고 망명하지 않았나? 신당이 민심의 변화 욕구를 흡수함으로써 국회에 안착해 정치가 재구성되지못하면, 그런 폭발적 현상이 총선 이후 나타날 우려도 있다. 최소한 교섭단체 달성이 목표다. 최대한은 국민의 의사와 선거 결과가 일치해야 한다.
(박) 새로운미래가 거대 여야를 넘어서는 비전과 능력을 제시하는 것이 관건일 듯하다.
A : (이)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죽일 듯 전쟁하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합의한다. 신당이 그 기간을 단축하는 기능은 할 수 있을 거다. 거대 양당 의원들은 합의의 여지가 보여도 당내에서 회색분자로 몰리니 말을 하지않는다. 이런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는 역할만 해도 정치에 기여하는 것이다. 일부 국민들이 결국 양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시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건 후배들 몫이다. 다만 적어도 양당의 폐해를 비판하며 탈당한 사람들이 돌아간다는 건 자기 모순이라 본다.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신당 안 찍을 거란 주장 역시 합리 지상 주의이고, 기득권에 매몰된 생각이다. 양당이 싫다는 국민이 근 40%에 달하는데 이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봉쇄해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거의 범죄적인 생각이다. (박)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JTBC 인터뷰에서 '이쪽''저쪽'이란 표현을 거침없이 쓰더라. '자기 편만 국민이구나'란 생각에 섬뜩했다. 윤석열 정부도 똑같이 가고 있다. 정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됐다.
A : (이) 정치 양극화가 심해진 이유엔 우리 사회가 수축 사회로 가고있는 현실이 작용했을 것이다. 팽창 사회 시절엔 많은 기회가 열려 있었다. 내 동생부터 대기업 두곳에 합격하고 어딜 갈지 고민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라가 수축 사회로 이동하면서 기회가 제한되고 제로섬 사회가 되고있다. 내가 버티려면 저 사람 걸 뺏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정치에도 영향을 줘, 포퓰리즘을 자극하고 극단주의를 야기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를 보면, 비주류가 주류를 축출하는 과정이 반복돼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 변화가 너무 극단적이다. 그래서 민주당에 오래 몸담아온 이들은 '내가 알던 당이 아니다. 정이 안 간다'고 한다. 또 정치 양극화의 원인 가운데 빼면 안 되는 게 미디어의 변화다. 30~ 40년 전만 해도 소수의 신문과 TV 채널만 보면 정보를 다 입수할 수 있었다. 정보에 균형이 있었고 차이가 크지 않았다. 지금은 미디어가 폭증하니 입맛에 맞는 걸 택할 수 밖에 없다. 점점 자극적인 걸 추구하며 정보 편식 현상이 생기는데 정치가 그걸 자극한다. 미국도 폭스뉴스가 시청률이 압도적으로 높고 나머지 채널은 중소 매체로 전락하지 않았나? 대한민국도 그 길로 가고 있다. 답이 없다. (박) 독일은 정당이 엘리트 충원에다 시민 교육을 다 한다. 우리는 그런 전통이 없다.
(이) 우리 보수 정당은 최고지도자를 계속 외부에서 꾸어 썼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같은 군인에다 이명박 같은 경제인을 끌어다 썼고, 박근혜도 '박정희 2세'이니 외주인 셈이다.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는 보수 정당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만 보수의 자생력은 정당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보수 세력에 있는 것 아닐까한다. 어떤 보수 신문은 대통령 하야를 거론하고 다른 보수 신문은 대통령 부인의 사과를 요구했다. 보수의 지속을 위해 현직 대통령 부부까지도 손절할 힘이 남아 있는 것 아닐까. 그에 비하면 진보 세력은 여전히 온정주의와 가족주의가 살아있어 질환이 더 심각할 수있다. 민주당은 내부에서 성장해 대통령까지 된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포퓰리즘에다 진영주의가 판치고, 무도덕적 가족주의가 침투해 당내에서 지도자를 키워온 자랑스러운 전통이 벽에 부딪혔다.
(박) 새로운미래를 통한 정치의 재구성은 호남의 변화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를 위해 당신이 친명 핵심 민형배 의원 지역구(광주 광산을)에 출마해 이 대표와 대결 구도를 만들면 어떤가.
A : (이) 호남도 민심이 흔들리며 변화가 개시된 듯하다. 제3지대 정당사를 돌아보면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돌풍이 불며 호남 24석 중 23석 등 38석을 얻었다. 96년 총선에서 자민련은 50석을 차지했지만, 충청권에 국한된 지지의 결과였다. 반면 새로운미래는 수도권·청년층에서 바람이 불어, 호남·장년층으로 확산 중이다. 확장성이 높다. 다만 호남에서 여당이 취약해 공백이 크니 '새로운미래'가 더 많은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 점에서 호남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광주 출마 문제는 동지들 사이에서 그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와 들여다보고 있다. 특종을 주고 싶진 않다(웃음). (박) 새로운미래와 함께 하겠다던 조응천·이원욱 의원이 막판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의 통합, 신당 지도 체제 등을 놓고 갈등한 결과로 알려졌는데?
A : (이) 두 의원 말씀이 협상과정의 진실과 달라 당혹스럽다. 당초 대표도 조 의원이 단독대표를 맡고 이원욱 의원은 대통합 추진위원장을 맡기로 했었다. 이 의원이 이것만은 미리 발표를 해달라고 해서 발표가 됐고, 그 직책으로 활동도 했었다. 즉 통합 정당을 토대로 대통합을 추진한다는데 그분들도 합의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말씀을 하고 있어 당혹스럽다. 진실 공방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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