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그들도 공감을 한다 : T를 위한 변명
“나 어제 우울해서 쇼핑했어.” 친구가 이렇게 말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뭐 샀는데?” 혹은 “우울한데 쇼핑을 왜 했어?”라 묻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이런 말을 들을 것이다. “너 T니?” 좋은 뉘앙스는 아니다. ‘공감 능력이 그렇게 없니?’라는 뜻이다.
공감. ‘타인의 상황과 기분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될 수 있는 이 말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단어가 되었다. 요즘 이 공감 능력과 연관하여 많이 쓰는 표현이 T와 F다. MBTI라는 성격 검사의 한 차원에 해당하는 T/F는 의사 결정 방식에 초점을 둔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유형을 사고형(Thinking, T), 인간적 관계나 상황적 특성을 고려하여 의사 결정하는 유형을 감정형(Feeling, F)으로 구분한다. 이걸 응용해서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을 F, 없는 사람을 T라 칭한다. 그런데 정말 T는 공감 능력이 없는 걸까?
흔히 공감을 하나의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 상대의 경험을 개선하고 싶어하는 ‘공감적 배려’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보통 F가 공감 능력이 좋다고 이야기할 때는 이 중 정서적 공감에만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지적 공감이나 공감적 배려는 T의 특성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T도 상당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단지, F와 T의 공감 방식이 서로 다를 뿐이다.
사실 MBTI에 대한 심리학의 시선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유형의 사람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게 됨은 MBTI 대중화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공감 방식의 다름을 공감 능력의 높고 낮음으로 치환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공감하며, 함께 열심히 어울리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지 않은가?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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