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없는 MZ노조 1년…“노조 없는 노동자 품었죠”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며 지난해 2월 4일 출범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가 창립 1주년을 맞이했다. 새로고침은 현재 노동계를 대변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과 다른 행보를 보이며 새로운 노동운동 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출범식에서 “기존의 정치 쟁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기대만큼의 눈에 띄는 발자취는 아직 남기지 못했다는 아쉬움 섞인 평가도 나온다.
지난 1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1기 의장직에서 물러난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특정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건설적이고 수평적인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임기 중 가장 잘한 일로 노조가 없는 미조직 노동자 등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2월에 가진 출범식에서도 “노조에 생소하거나 부정적인 미조직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노조 조직률은 전년 대비 1.1%포인트 감소한 13.1%를 기록했다. 나머지 약 87%는 노조에 속해 있지 않은 것이다. 유 위원장은 “지난해 토크 콘서트를 열어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노동자들, 수습 노무사들, 그리고 취업을 앞둔 대학생 등 예비 노동자들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유 위원장은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만 보여주고, 그걸 구체화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미흡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년간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른 단체들과 협업해 정책을 바꾸거나, 다양한 교육을 통해 노동 인식을 바꿀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고침은 창립 당시 8개 노조로 출발했지만, 이후 가입 문의가 빗발치면서 지금은 16개 노조로 2배 불어났다. 소속 조합원만 약 9300명 규모다.
새로고침은 1기 의장단이 모두 30대인 까닭에 ‘MZ노조’로 불리며 기존 노조와 차별성을 띠기도 했다. 다만 새로고침 스스로는 MZ노조라 칭한 적이 없다. 실제로 구성원 분포를 살펴보면 MZ세대가 특별히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유 위원장은 “MZ라는 차별성으로 주목받아 인식에 기여한 측면은 있지만, 반대로 너무 MZ 프레임에 갇히다 보니 발목도 잡힌 것 같다. 새로고침이 추구하던 가치는 MZ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새로고침은 정부는 물론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도 꾸준히 교류하며 다양한 정책을 제언했다. 지난 1월 열린 노사정 신년 인사회에도 참석했다. 유 위원장은 “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편, 포괄임금제 개선, 특수고용직 표준계약서 제정 등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사업장 내 소수 노조 혹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일부 이슈에 대해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새로고침은 분명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추진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과로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수차례 내비쳤다. 유 의장은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치열한 논의와 법률 자문 등을 거쳐 노동권이 널리 보장되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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