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김관진 설 특사…연체자 298만명은 ‘신용사면’

김기춘(左), 김관진(右)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춘(85)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관진(75·현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사면한다. 법무부는 6일 ‘2024 설 명절 특별사면’ 브리핑을 열고 “서민 생계형 형사범과 특별배려 수형자, 경제인, 전직 주요 공직자, 정치인 등 총 980명을 특별사면한다”고 발표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됐고, 지난달 25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재상고하지 않아 지난 2일 형이 확정됐다. 형 확정 나흘 만에 사면된 셈이다. 같은 사건으로 징역 1년2개월이 확정된 조윤선(58)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김관진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사건을 축소·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8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상고했다가 최근 이를 취하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두 사람 모두 재상고 포기 직후 사면돼 ‘미리 사면을 약속받고 형을 확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는데,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면을 약속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부당노동행위로 지난해 10월 각각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과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김장겸(63)·안광한(68) 전 MBC 사장은 형 선고 실효와 함께 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형 선고 실효는 전과 사실을 말소하는 조치다.

최재원(61)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구본상(54) LIG 회장은 복권된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과 공모해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한 등 혐의로 기소됐고, 2014년 2월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됐다. 구 회장은 LIG건설이 부도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가 2014년 2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중소기업인·소상공인·운전업 종사자(생계를 위한 운전 중 교통사고로 처벌된 버스·택시 기사 등)·34세 이하 청년 등도 ‘민생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중대한 위반을 한 식품접객업자 1만6446명은 행정처분 기록을 삭제하고, 생계형 어업인 179명은 행정제재 특별감면이 이뤄진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채무 변제를 연체한 약 298만 명에 대해 다음 달 12일부터 연체 이력 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이른바 ‘신용 사면’을 실시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