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겪은 탈북민 72% “식량 배급 제로”…56% “세습 반감”
“이제 거의 50%는 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어요. 그걸로 장사 연계도 하고 기본 전화들 다 쓰고, 가족들이 보고플 때는 영상통화도 하고 하니까.” (2019년 탈북민)
“피아노 배워주고, 영어 과외, 컴퓨터 과외 다 시키고 있고. 돈 많은 집 자식들이 저렇게 사교육에 돈을 투자하는데 안 될 수가 있겠어요. 북한에서 제일 1위인 이과대학 보낸다고 하고.” (2019년 탈북민)
통일부가 6일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등장하는 탈북민들의 인터뷰 중 일부다. 보고서는 2013~2020년 조사한 탈북민 6351명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붕괴한 배급제, ‘백두혈통’에 대한 반감 확산, 양극화 심화 등 북한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부는 그간 매해 탈북민을 대상으로 실태보고서를 작성해왔지만 일반에 공개한 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배급제 붕괴 속도가 더 빨라졌다.
2006~2010년 탈북한 응답자 중 “식량 배급을 받아본 적 없다”는 답변은 63.0%였는데,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6~2022년 탈북민 중에서는 72.2%로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경제난을 겪은 후 사회주의가 표방하는 계획경제와 배급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장마당에서의 경제 활동을 통해 생활을 꾸려나가는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과 민생난의 원인은 북한 정권의 왜곡된 정책과 경제 지출”이라고 지적했다. 1970년대 이후 핵 개발에만 총 11억~16억 달러(약 1조5000억~2조1000억원)를 투입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재정을 쏟아붓느라 민생고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권력 세습이나 백두혈통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늘었다. 김정은 권력 승계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집권 직전인 2006~2010년 탈북민 중에는 36.6%였는데, 김정은이 숙청 작업 등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한 2016~2020년 탈북한 이들 중에서는 56.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판 ‘로열패밀리’인 ‘백두혈통’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에 탈북한 이들 중에는 백두혈통 세습에 반대하는 응답자가 30% 내외 수준이었는데, 김정은이 집권한 직후인 2011~2015년 탈북민은 42.6%가 부정적 평가를 했다. 2016~2020년 탈북자 중에는 절반이 넘는 54.9%가 백두혈통 세습에 반대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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