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노쇼' 메시의 사과? 해명?…"사타구니 부상 탓, 운이 나빴다"

김현기 기자 2024. 2. 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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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홍콩에서 친선전 '노쇼'로 현지 팬, 당국의 거센 분노를 불러일으킨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불의의 부상을 언급하며 해명했다.

메시는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에서 뛰지 못한 건 정말 운이 나빴기 때문이었다"며 "안타깝지만 이런 일이 축구에서는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느낌이 계속 들어서 뛰기 어려웠다"며 "난 항상 경기에 뛰길 원한다. 우리가 이 경기를 위해 멀리서 온 데다 사람들이 우리 경기에 기대가 큰 상황이었던 만큼 아쉽다"고 덧붙였다.

메시는 사타구니 쪽을 다쳤다고 밝혔다. 알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 직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부상 부위가 부어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메시, 그리고 세계적 스트라이커로 메시의 친구인 루이스 수아레스는 전날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대표팀의 친선 경기에 예고 없이 결장했다.

홍콩 현지는 물론, 중국 본토와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메시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만명 팬들이 "사기"라며 환불을 요구했고 소셜미디어에는 격분한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케빈 융 홍콩 문화체육여유국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메시가 출전하지 않아 극도로 실망했다고 밝히는 등 정부 당국까지 나서 메시의 '노쇼'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정부가 친선전 주최사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까지 철회할 의사를 내비치는 등 파장이 커졌다.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경기를 참관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도 메시의 출전을 확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메시가 결장하자 홍콩 정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메시가 결장했기 때문에 이번 친선경기 주최 측에 제공하기로 한 지원금 지급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이번 경기를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태틀러에 총 1600만 홍콩달러(27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케빈 융 홍콩 문화체육여유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메시가 출전하지 않아 정부와 팬들이 극도로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가 태틀러와 맺은 스폰서십 계약에는 메시가 안전과 건강 문제가 없는 한 최소 45분간 경기에서 뛰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시작 전 태틀러는 메시가 후반전에 출전할 것이라고 확인했으나, 경기 종료 10분 전 부상에 대한 우려로 메시가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콩 정부는 그 즉시 메시가 경기 종료 후 직접 그라운드로 나와 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팀을 대표해 트로피를 받을 것을 요구했으나 인터 마이애미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이애미 이적 후 공식 석상에서 언론과 접촉을 선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메시지만 이렇게 홍콩 정부까지 불쾌함을 표시하면서 논란이 격화하자 기자회견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앞서 헤라르도 마르티노 인터 마이애미 감독은 홍콩 대표팀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는 걸 알지만 용서를 구한다. 잠깐이라도 뛰게 하려고 했지만 부상 위험성이 너무 컸다"라면서 "구단 의료팀으로부터 메시와 수아레스가 경기에 출전한다면 부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견을 들었다"라고 팬들이 이해해주길 바랐다.

현재 메시는 내전근, 수아레스는 무릎에 부상을 당한 상태다. 인터 마이애미는 오는 22일 솔트레이크와 2024시즌 MLS 개막전을 치른다. 메시와 수아레스가 추가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메시는 도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홍콩으로) 돌아가서 또 다른 경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며 "(홍콩에서) 경기에 참여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고 거듭 말했다. 아시아 투어를 진행 중인 인터 마이애미는 7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비셀 고베(일본)와 친선 경기를 치른다.

메시는 고베전 출전 여부에 대해서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메시는 "(내일) 경기에 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정말 뛰고 싶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날 이례적인 기자회견에 나선 메시의 행동을 놓고 "비셀 고베를 포함해 일본 스폰서들의 압력을 받았던 게 확실하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산업·윤리 등에 정통한 전문가를 인용해 일단 메시의 행동이 일반적인 '계약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짚었다.

미국 포덤대의 마크 콘래드 교수는 "많은 팬이 메시를 보기 위해 티켓을 산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명시적 조건이 없는 한, 티켓 자체는 경기를 관전하기 위한 것이지 특정 선수를 보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별도 조건이 없다면 기대감에 찬 팬들이 티켓을 샀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선수의 출전을 강요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홍콩 정부는 주최 측인 태틀러아시아(이하 태틀러)와 맺은 스폰서십 계약에는 메시가 안전과 건강 문제가 없는 한 최소 45분간 경기에서 뛰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태틀러는 경기 전 메시가 후반전에 출전할 것이라고 확인했으나 종료 10분 전에야 부상에 대한 우려로 메시가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언론은 메시의 이런 결장이 선수 보호를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두둔, 홍콩 팬들과 각을 세웠다.

미국 마이애미헤럴드는 6일 "홍콩엔 미안하지만 인터 마이애미가 과도하게 긴 프리시즌 투어에서 메시를 쉬게 한 결정은 현명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메시가 홍콩에서 결장한 것에 대한 국제적 스캔들은 예상한 것보다 흥미롭다. 인터 마이애미는 오는 21일 MLS 시즌 개막을 앞두고 5개국서 2만5000마일을 이동해 7경기를 치르는 프리시즌 투어를 진행하며 이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런 힘든 여정은 재정적 관점에서 볼 때 인터 마이애미 브랜드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메시의 존재는 인터 마이애미의 DRV PNK 스타디움이 8강전과 3·4위전을 포함해 총 7번의 2026 월드컵 경기를 개최한 이유였다"라고 인터 마이애미의 투어 일정이 애초에 너무 과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이 최대 이익을 위해 메시를 퍼레이드에 투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번이 메시의 두 번째 시즌이고 그는 2025시즌까지만 계약을 맺었다. 그의 아우라는 남을 것이다. 인터 마이애미는 언제나 메시가 있던 MLS 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메시가 떠날 때 인터 마이애미 브랜드의 마법을 대부분 가져갈 것이다. 따라서 메시가 뛰는 동안 구단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압박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팬들을 몰고 다니는 축구 스타가 부상을 이유로 갑작스러운 '노쇼'를 선언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다.

앞서 2019년 7월 유벤투스(이탈리아) 소속이던 호날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선발팀과 내한 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주최·주관사와 계약 조건에 호날두가 엔트리에 포함돼 최소 45분 이상을 뛰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지만, 호날두는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팬들의 열망을 외면했다.

당시 6만여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유벤투스 선수단은 킥오프 예정 시각을 넘겨 경기장에 도착, 경기가 1시간 가까이 지연돼 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이 와중에 1초도 뛰지 않은 호날두와 '날강도'를 합성한 신조어 '날강두'가 등장할 정도로 국내 여론이 악화했으나 호날두의 별도 사과는 없었다.

이에 반해 메시는 자신의 '노쇼'에 대해 적어도 해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는 점에서 호날두와는 다른 행보로 해석할 만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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