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000m 자원도 족집게… 광물탐사 AI가 간다

전성필 2024. 2. 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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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 광물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 산업으로 전기차와 이차전지가 자리 잡으면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등 핵심 광물자원 확보를 안보의 영역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광물 자원을 탐사하고 캐내는 데 활용하는 기술도 덩달아 주목받는다. 특히 광물 탐사와 확보에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광물 경쟁의 패권을 가르는 주요 무기가 될 전망이다.

광물 탐사 효율 높인 AI

광물 자원을 개발하는 현장에서 수집된 자료들은 통계적으로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 위해선 일반적인 분포 패턴과 달리 한 지역에 광물이 집중적으로 매립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 매립지를 찾기 위한 자료들은 여러 해석이 분분한 분포를 나타내는 때가 많다. 원격탐사, 물리탐사, 지구화학탐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된 자료이다 보니 사람의 이론만으로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 모든 지역을 돌아보며 사람이 직접 땅을 파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AI는 이런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광물 자원 탐사 분야에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광물 탐사에 AI를 활용하기 위해선 기존 지질, 지구화학, 지구물리 등의 핵심 광물 데이터베이스와 정밀 물리탐사 데이터가 필요하다. 우선 핵심 광물의 광종별 매립 잠재성을 평가한 자료, 원격무인 및 육상·항공탐사 등 무인탐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는 작업이 이뤄진다. 그러면 AI가 자원량을 예측해준다. 머신러닝과 같은 대규모 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법을 적용하면 광물 자원을 탐사하고 유효한 지역을 꼽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자원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미국의 기업 ‘코볼드메탈스’는 AI를 활용해 광물을 탐사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빌 게이츠 등의 투자를 받은 금속 자원 채굴 업체로 유명하다. 이 기업은 AI와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배터리에 많이 쓰이는 니켈, 리튬, 코발트, 구리 등의 광물을 찾아내고 있다. 지표면으로부터 최대 2000m 아래에 있는 광물을 찾는 데 AI를 활용한다. 축적된 지질 관련 자료를 AI를 통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캐나다의 금 생산업체 골드코프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레드레이크 광산에서 추가적인 금 매장량 확보를 위해 IBM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당초 레드레이크 광산의 금 매장량은 2020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IBM의 왓슨 머신러닝 기술로 탐사자료를 해석하면서 관측이 바뀌었다.

골드코프는 80여년간 축적된 방대한 지질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람이 이를 검토하기엔 엄청난 시간이 걸리겠지만, AI를 적용해 분석 시간을 크게 줄였다. 그 결과 신규 광채를 발견했고, 광산 개발의 효율성을 높여 레드레이크 광산은 계속해서 운영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호주의 광물탐사 스타트업 ‘어스 AI’가 AI를 활용해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주의 미개발 지역에서 희귀 금속을 세계 최초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희귀 금속은 고급 몰리브덴으로 무기와 항공기, 자동차 엔진 등에 사용된다. ‘검은 황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스 AI는 호주 지형에 대한 지질과 지구물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호주 대륙 전체에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광물을 대상으로 AI를 학습시켰다. 기존 광물 탐사법의 평균 탐사 성공률은 0.5%에 불과한데 AI를 활용해 이를 12.5%로 끌어올렸다. 탐사 비용도 평균 1억 달러에 달하지만, 200만 달러로 낮췄다.

국내 AI 광물 탐사 기법은


국내에서도 AI를 활용한 광물 탐사 노력이 활발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광물 탐사에서의 AI 활용 중요성을 고려해 AI 기반 자원 예측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화제가 됐던 미국 솔턴 호수의 리튬 광산도 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AI가 포착했다고 한다. 이 호수의 리튬 매장량은 1800만t으로 약 708조원가량의 가치로 평가된다. 세계 2위 수준의 규모다. 그만큼 AI의 예측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기존 지구화학 데이터와 예측 결과를 비교한 결과 리튬 탐지 정확성은 80%, 정밀성 88%, 재현성 73%에 달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국내 연구를 위해 국내 모든 하천퇴적물(2만5600곳)에 대한 시료 정보를 담은 지구화학 데이터에 지질도와 단층·암맥도 등 지질학적 요소가 담긴 지질도, 스마트 마이닝 기술 등을 활용해 AI를 학습시켰다. 그 결과 리튬 매장 가능성이 큰 폐광산 11곳의 후보군을 선별할 수 있었다. 이평구 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6일 “전국 규모의 지구화학 자료를 활용해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부존 여부를 예측한 AI 기반 예측 모델을 올해부터 현장탐사에 본격 적용하겠다”라고 말했다.

AI는 광물 사용 자체를 줄여 탐사 비용을 줄이는 데도 활용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18일 AI를 활용해 리튬 함량을 70% 줄이면서도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최적의 배터리 물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MS는 이번 연구에서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한 ‘애저 퀀텀 엘리먼트’라는 AI를 사용했다. AI를 활용해 3200만개의 잠재적 물질을 디지털 방식으로 선별하고, 이 가운데 안정적인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리튬 배터리보다 불이 날 가능성이 적은 배터리를 만들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연구 결과가 나오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3200만개 잠재적 후보군을 80시간 만에 18개로 추려냈다. 18개 후보군을 대상으로 시험 과정을 거쳐 9개월 만에 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냈다. AI를 활용해 과학적 발견을 가속할 기회의 장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MS는 “과학 전문 지식과 AI의 결합을 통해 향후 250년의 과학 혁신을 25년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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