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포스코 다음은 KT&G? 폭로…폭로…바람 잘 날 없는 ‘담배 공룡’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2.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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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를 둘러싼 후폭풍이 KT&G를 흔들고 있다. 백복인 사장이 용퇴를 결정한 후, 새로운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쪼개기 후원, 국방부 로비 의혹 등 각종 논란이 터졌다. 과거 KT와 포스코가 비슷한 상황에서 각종 잡음에 시달린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논란을 해명할 틈도 없다. 외부 세력 흔들기를 막기도 버거운데, 주주까지 들고 일어섰다. 지분 약 1%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가 경영 개선을 요구하며 1조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KT&G 직원 사이에서는 현재 회사 상황을 두고 “모든 게 엉망인 아수라장”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백복인 용퇴 이후 아수라장

장기 집권이 끝나자 쏟아지는 폭로

사외이사 초호화 해외 출장 논란, 쪼개기 후원, 장기예치금 몰수 우려….

차기 사장을 선임하는 도중, 경영진과 이사회를 겨냥해 터져 나온 폭로의 내용이다.

사외이사 호화 출장 논란은 포스코 사외이사진을 향해 제기된 문제와 유사하다. 매년 사외이사들이 업무 시찰을 핑계로 해외 관광을 즐겼다는 스토리다. 이어 쪼개기 후원 문제가 불거졌다. 2017년 담배 규제 관련, 권역별 직원을 동원해 국회의원 다수에게 쪼개기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다. 각종 의혹과 더불어 ‘장기예치금 몰수’ 논란이 제기됐다. 2022년 미국 보건부 규제를 어긴 탓에 미국 정부에 맡긴 예치금 1조5000억원가량이 몰수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논란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과거, 백 사장이 재임 시절 일어났다는 점. 쪼개기 후원 의혹의 경우 7년 전 일이다. 백 사장이 과거 연임에 도전할 때는 드러나지 않았다. “7년 전 일까지 꺼낼 정도로 현재 폭로 강도는 KT, 포스코 대표 교체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관계자들은 수군댄다.

왜 유독 KT&G의 현 경영진과 이사회를 향한 공격이 거셀까. 재계는 백복인 사장의 ‘장기 집권’이 부른 결과라고 본다.

외부 출신이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KT, 포스코와 달리 KT&G는 민영화 이후 내부 출신이 사장을 맡아왔다. 회사 사정을 빤히 알고 있는 내부 출신 사장들은 회사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특히 백복인 사장의 경우, 3연임 기간 동안 경영진과 이사회를 완벽히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이사회와 경영진 대부분이 백 사장 임기 내 선임된 인물들이다. 이들을 향해 ‘백복인 사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호적인 이사회를 만들어놓은 덕분에, 백 사장은 승승장구했다. 2018년 연임 때는 사장 후보 지원 자격을 전현직 임원으로 한정, 사실상 백 사장 외에는 제대로 된 후보가 나오지 못했다. 2021년 연임 때는 아예 백복인 사장이 단독으로 입후보했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결성부터 사장 후보 확정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에 불과했다. 2022년에는 ‘현직 사장 우선 심사 제도’를 이사회 규정에 추가까지 했다. 백 사장의 ‘4연임’이 무탈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 사실상 백 사장 외에는 사장 후보가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는 얘기다.

백 사장 체제가 지속될 때는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절대권력에 가깝던 백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묵혀뒀던 논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곪아왔던 문제들이 한 번에 터지면서 회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흔들리는 모양새다.

차기 사장 인선을 두고 KT&G가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연이어 폭로가 나오는 가운데, 주주들마저 항의를 지속하며 회사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사진은 KT&G 서울사옥 전경과 백복인 KT&G 사장. (KT&G 제공)
실적·주가 부진…명분 없어

주주들이 오히려 사장 성토

KT, 포스코 사태 때는 주주들이 당시 경영진과 이사회에 큰 불신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무리한 교체라고 반발하는 여론이 적잖았다.

반면 KT&G는 다르다. 주주들이 앞장서 공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현모 전 KT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달리 백복인 사장과 현 이사회는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적과 주가가 모두 부진하다. KT와 포스코의 경우 구 전 회장과 최 회장에게 재임 시기 실적과 주가가 모두 양호하다는 명분이 있었다. KT는 구현모 전 회장이 이끌 때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주가도 상승세였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에 2차전지와 소재라는 신사업을 안착시키며 주가가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재계 순위는 5위로 올랐다.

반면, KT&G는 백 사장 임기 동안 실적과 주가 모두 뒷걸음질 쳤다. KT&G 영업이익은 2016년 1조4688억원에서 2022년 1조2676억원으로 감소했다. 2023년 영업이익은 2022년보다 더 줄었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KT&G 2023년 예상 영업이익은 1조1650억원이다. 전년 대비 1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주가도 하락 곡선을 그렸다. KT&G 주가는 2015년 말 10만4500원에서 2023년 말 9만1500원으로 12.4% 떨어졌다. 같은 기간 35.4% 오른 코스피와 반대 흐름을 보였다.

KT&G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 FCP 관계자는 “KT&G 주가는 15년 전 수준이다. 주주들은 ‘잃어버린 15년’이라고 부른다. 주가와 실적이 떨어져도 사장 연봉은 올랐고 다음 임기를 보장받았다. 현재 이사회와 경영진이 불신을 받는 이유”라고 전했다.

후보 8명 추렸지만…내우외환 계속

FCP ‘현재 사외이사진은 문제’

현재 KT&G 차기 사장 선정을 위한 1차 쇼트리스트가 확정 상태다. KT&G 지배구조위원회는 1월 31일 사장 후보 심사 대상자 8명을 확정해 이날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했다. 내외부 인사 각각 4명씩이다. 사장후보추천위는 1차 쇼트리스트 8인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심사를 진행한다. 2월 중순, 후보자를 3~4명 안팎으로 압축한 2차 쇼트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2차 쇼트리스트 후보자를 대상으로 대면 심층 인터뷰 등 심사를 거친다. 모든 절차를 거쳐 2월 중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사회의 주주총회 안건 상정 결의를 거쳐,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 선임이 결정된다.

다만, 단계마다 넘어야 할 과제가 적잖다. 우선 사추위에 대한 공격이 거세다. 사추위는 6인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됐다. FCP를 중심으로 한 주주들은 사추위에 속한 사외이사들의 공정성과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FCP 관계자는 “실적에 관계없이 백복인 사장 연봉을 대폭 올리고 연임을 추진해온 사외이사진이 그대로 차기 후보를 선정한다. 답을 정해놓고 하는 보여주기식 절차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사외이사진은 담배 산업에 이해도가 밝은 소비재 전문가나 글로벌 전문가가 전무하다. 이들이 세계 5위 담배 회사의 최고결정기관 역할을 하는 게 옳은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반대를 뚫고 최종 후보까지 선정한다 해도 3월 주총에서 다시 파고를 넘어야 한다. 그간 대외비로 부쳤던 해외 사업의 지역별 매출, 영업이익 등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처음 주주에게 공개된다. 특히 FCP가 문제 삼았던 경쟁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의 담배 수출 계약’으로 발생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은 별도로 집계한다. FCP가 ‘KT&G 해외 담배 부문 방만 경영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데 따른 조치다. 해외 시장 개척, 특히 PMI와 계약은 현 경영진이 주된 성과라고 주장하는 영역이다. 만약 제대로 된 성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현 경영진과 이사회를 향한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폐쇄적이고 순혈주의가 강한 경영 방식을 탈피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나 BAT처럼 전문적인 사외이사진을 영입하고 경영진을 끊임없이 감시해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개선하는 모습을 주주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결국 다음에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KT&G 관계자는 “차기 후보 선정과 관련해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도 사장후보에 도전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형 공모제’를 도입했고, 더욱 공정한 자격 심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 자문단’의 객관적 의견을 반영한 선정절차를 진행중이다. 주주 이익과 회사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하에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6호 (2024.02.07~2024.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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