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오는 ‘트럼프 2기’···트럼프 경제참모의 ‘경고’ 들여다보니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2.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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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 시간) 뉴햄프셔 맨체스터 SNHU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2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례없는 독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뉴햄프셔주 예비 경선에서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유엔대사를 제치고 승리했다. 경선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다른 대선 주자들을 2~3배 차로 따돌렸다. 당내 경선뿐 아니라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도 앞서는 양상이다. 미국 여러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확률이 높아지면서, 국내 재계와 산업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집권 시기 각종 무역 규제와 관세 장벽으로 한국 기업 활동을 움츠리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러우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양안 갈등 고조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가 권력을 잡는 것도 부담이다. 재계는 앞으로 닥쳐올 파고에 대해 대책 마련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책이 있다. 바로 트럼프의 핵심 경제참모로 불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저서 ‘No Trade is Free’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기조를 그대로 담아, 사실상 다른 국가에 날리는 ‘경고문’이라고 평가받는 책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누구? 보수주의자 그러나 중상주의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운데)가 과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무역 협상 도중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에게 강경한 태도로 말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옆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미·중 무역 협상 등 굵직한 정책을 도맡아왔다. 트럼프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린다. 젊은 시절부터 보호무역주의자로서 성향을 드러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 관료로 일하며, 플라자합의 협상 과정에 참여한 게 대표적인 예다. 외국 언론에서는 그를 ‘경제민족주의자’라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한 레이건 행정부의 관료가 중상주의자가 된 것에 의문을 표한다. 물론 라이트하이저도 자유무역을 주장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의 이야기다. 레이건 대통령 역시 ‘미국의 이익을 위한’ 자유무역주의를 강조해왔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5년 연설에서 “국내 시장이 다른 사람의 수출을 금지할 때 더 이상 자유무역이 아니다. 정부가 자국의 제조업자와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다른 국가 상품을 외면하게 하면 더 이상 자유무역이 아니다. 정부가 미국 제품의 위조나 복제를 허용하면 더 이상 자유무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트럼프 집권 시기 라이트하이저가 중국을 향해 말했던 주장과 일치한다.

라이트하이저는 일본 다음으로 중국이 미국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1990년대부터 그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신문에는 중국의 WTO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를 적은 사설을 실었다. 2010년에 그는 ‘2000년 중국에 ‘가장 선호하는 국가’ 지위를 부여한 결정이 미국과 특히 미국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재앙이었는지’를 설명하는 의회 증언까지 했다. 가디언지는 칼럼을 통해 “일본 경제가 (플라자합의로) 무너진 뒤, 중국이 라이트하이저의 목표가 됐다”고 지적한다.

라이트하이저의 경고 ‘자유무역은 없다’
No trade is Free.
그의 저서 ‘NO Trade is free’는 해외에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찬성하는 이들은 찬사를, 반대하는 이들은 격한 비판을 쏟아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국내 서점가도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책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라이트하이저는 책을 통해 그동안의 미국 기조를 통렬히 비판한다. 그리고 외국 정부와 기업의 이익 대신 미국 국민,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부를 외국에 나누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외국 정부를 향해서도 강하게 경고를 날린다. 더 이상 자신의 국가에 달라붙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불균형한 자유무역은 워싱턴의 가장 강력한 권력자들이 선호하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수백만 명의 평범한 미국인들이 그 대가를 지불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과거 미국의 권력자들이 건강한 미국 공동체, 좋은 일자리, 높은 임금, 그리고 노동자들 미래를 내팽겨쳤다”고 덧붙인다.

동시에 라이트하이저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기업의 이익, 값싼 수입품,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외국 정부의 걱정에 너무 자주 관심을 기울였다고 힐난한다.

“커피와 티셔츠를 더 싸게 사기 위해, 수천 개의 공장이 문을 닫고, 임금이 정체됐다. 공동체는 무너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졌다. 우리는 현재 수조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 중이다.”

라이트하이저는 책의 마지막에 한 번 더, 미국 국민과 노동자 중심의 무역 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국들의 부상에 자금을 지원한 나라다.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그간 자유무역협정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라이트하이저의 주장들은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 트럼프와 분란을 일으키며 사라진 다른 관료들과 달리, 라이트하이저는 뛰어난 처세술로 여전히 트럼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책의 추천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썼다.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정책보좌관과 함께 ‘트럼프 2.0’ 시기에 다시 중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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