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은 왜 모두 '고래'를 잡았을까?
◇유대교·이슬람교는 종교적 이유, 한국은 관습으로 자리 잡아
포경 수술은 음경의 귀두를 감싸고 있는 포피(남성의 성기에서 이중으로 접혀있는 피부)를 부분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이다. 선천적으로 포피와 귀두의 일부분은 유착돼 있다. 포피를 일정 부분 제거하면 음경을 감싸고 있는 피부가 젖혀지고, 귀두가 영구적으로 노출된다. 고대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많은 지역에서 포경 수술이 시행돼 왔다. 특히 유대교와 이슬람교도를 중심으로 할례(포경수술)가 종교·문화적 풍습으로 굳어졌다. 지금도 유대교와 이슬람교를 주교로 삼는 국가에서는 신생아 때 포경 수술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미군의 영향을 받았다. 현대에 들어서자, 포경수술은 미국을 중심으로 생식기 청결과 감염 예방을 위해 필요한 수술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영향을 받은 필리핀, 호주 등 나라에서도 성행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 미군의 영향을 받아 포경 수술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교육 기관에서 포경 수술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을 만큼 포경 수술은 위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남성이 포경 수술을 받았다. 또래 중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아이는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포경수술을 무조건 강요했던 과거와 달리, 점차 수술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면서 포경수술을 받는 남성들이 줄어들고 있다. 2000년에는 과거 10년간 포경 수술을 받은 남성이 전체의 75% 정도였지만, 2011년에는 25%로 급감했다. 가장 수술을 많이 받는 연령대인 청소년의 포경 수술 비율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대구코넬비뇨기과 이영진 원장은 "포경 수술 횟수도 과거에 비해 급격히 줄었고, 최근에는 수술 상담조차 드물다"고 말했다. 미국의 영향을 받은 몇몇 나라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는 포경 수술을 받는 남성 인구 비중이 현저히 낮다. 포경 수술은 필수가 아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유착돼 있던 포피와 귀두가 분리되고, 자연스럽게 귀두가 밖으로 노출된다. 평소 귀두와 표피 사이를 청결히 유지한다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포경 수술은 상당한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수술 직후에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어린 시절 받았던 포경 수술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다.
◇포경 수술, '필수'로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어
포경 수술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영진 원장은 "발기해도 포피가 전혀 젖혀지지 않는 진성포경이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귀두와 포피에 염증이 재발하는 귀두포피염에 걸렸으면 수술로 귀두를 노출해야 한다. 포경 수술은 표피와 음경 사이의 공간을 없애기 때문에 이물질로 인한 귀두포피염을 예방할 수 있다. 생식기 청결에 신경을 쓸 자신이 없는 사람도 포경 수술을 하는 게 낫다. 포경 수술을 하지 않으면 피부와 음경 사이 이물질이 쉽게 끼고, 습기로 인해 바이러스나 세균도 잘 번식한다. 평소 깨끗이 씻지 않으면 포피에 묻은 소변으로 요로감염에 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기 헤르페스 바이러스 등 성 바이러스 감염 발병 위험도 커진다. 포경 수술이 필요한데도, 성감이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 속설이 생긴 이유는 포피에 있는 신경세포가 포경수술을 하면 잘려 나가기 때문인데, 신경세포는 포피뿐만 아니라 음경 전체에 있어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영진 원장은 "성감은 매우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져 포경 수술과 성감의 관계를 밝혀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대로 수술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요도가 비정상적인 위치에 있는 요도상열과 요도하열, 거대요도, 함몰음경 등과 같은 음경 기형이 있으면 포경수술을 받으면 안 된다. 최근엔 20대 이상 성인 남성들도 포경수술을 하러 비뇨기과를 방문한다. 이영진 원장은 "옛날처럼 부모가 강압적으로 아이를 비뇨기과로 데리고 가서 포경수술을 받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본인 스스로가 포경수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수술을 받을지 말지를 선택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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