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건후 아빠' 박주호의 새 별명은 '카타르 인맥왕'...아시안컵 해설 활약
"카타르에서 이렇게 많은 인연을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해설자로 변신해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찾은 전 국가대표 수비수 박주호(37)가 웃으며 말했다. 박주호는 그동안 TV 예능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딸 박나은·건후 남매의 아빠로 불렸다. 그러나 이곳에선 '카타르 인맥왕'으로 통한다. 바탕엔 일본, 스위스, 독일 등 다양한 리그에서 활약한 경력이 있다.
2008년 미토 홀리호크에서 프로에 데뷔한 박주호는 가시마 앤틀러스, 주빌로 이와타(이상 일본)를 거쳐 2011년 FC바젤(스위스)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2013년부터는 마인츠, 도르트문트(이상 독일)에서 수비와 미드필드를 오가는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2018년부터 K리그에 와 울산, 수원FC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다 작년 6월 현역에서 은퇴했다. 국가대표로는 두 차례 월드컵(2014·18년)에 참가했고, 아시안게임(2014년)에서 금메달도 획득했다. 지난 5일 카타르 도하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박주호는 "카타르에 온 지 3주 됐다. 나은(딸)이와 건후(아들)가 통화할 때마다 '아빠, 언제 오세요. 보고 싶어요'라고 재촉한다. 가족들이 많이 그리운데 아직 대회도 만날 사람도 더 남았다"고 말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박주호의 대표적 '황금 인맥'이다. 경기장이든 훈련장이든 선배 박주호가 말 걸면 반갑게 맞아준다. 박주호는 "(황)희찬이 처음엔 내가 마이크 들고 정장 입은 모습이 어색했는지, '형, 열심히 사시네요'라고 귓속말을 하더라. '나 열심히 해야 돼'라고 받아쳤다"며 웃었다. '옛 동료들을 보면 다시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지 않냐'고 묻자 박주호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선수로 뛰어서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아시안컵을 드러난 공개된 박주호의 '깜짝 인맥'은 따로 있다. 바로 하지메 모리야스(일본) 일본 대표팀 감독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우승 후보 스페인과 독일(이상 2-1승)을 연달아 격파하고 일본을 16강에 올린 '스타 사령탑'이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지난달 24일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조별리그 D조 3차전(일본 3-1승) 직후였다. 빠른 걸음으로 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던 모리야스 감독은 박주호의 목소리를 듣곤 가던 길에 되돌아왔다.
그리곤 반가운 얼굴로 "정말 오랜만"이라며 악수를 건넸다. 박주호는 유창한 일본어로 안부와 경기 소감을 물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박주호에게 '모리야스 감독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도르트문트 시절 일본 공격수 가가와 신지와 한솥밥을 먹었는데, 그때 모리야스 감독이 독일에 축구를 공부하러 오셨다. 가가와의 초대로 감독님과 같이 식사했는데, 축구 얘기를 하며 친해졌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24일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아랍에미리트(UAE) 감독과도 감격적인 재회했다. 벤투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한국 감독의 전임이다. 벤투호는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에 진출해 한국 팬들에게 박수 받았다. 월드컵을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가 작년 7월 UAE에 부임했다. 벤투 감독은 박주호를 보자마자 와락 끌어안으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가족은 잘 있나. 은퇴한 것도 해설자가 된 것도 알고 있다"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엔 박주호가 막힘 없는 영어 실력으로 옛 스승의 안부를 물었다.
벤투 감독은 "UAE에서 지도자 생활은 이제 시작 단계다. 처음엔 문화와 사고방식이 달라서 어려웠는데, 차차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주호는 벤투 감독에게 지도 받던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엔 대표팀에 발탁돼도 경기에 뛴 적은 많지 않다. 월드컵도 못 갔다. 그래도 난 경기에 뛰든 안 뛰든 주어진 역할을 했다. 그래서 벤투 감독님과 여전히 사이가 좋다"고 털어놨다. 이밖에도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었던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가시마 시절 코치로 만난 이시이 마사타다(일본) 태국 감독, 일본 방송의 해설자가 된 전 일본 국가대표 수비수 우치다 아쓰토 등이 박주호가 만나 친분을 과시한 인물들이다.
박주호가 해설자로 변신한 건 새로운 도전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계가 끝나면 진이 빠진다. 선수 때 연장까지 120분을 뛴 것보다 힘들다. 한 경기 해설하기 위해 직접 정보 수집부터 숙지까지 이틀 이상 투자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왕 시작했으니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선수 출신의 강점을 살려 기술, 전술적인 부분 설명은 물론 스토리텔링까지 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강점은 클린스만호 멤버들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강인이가 완전 신인 때 대표팀에서 봤는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대들보로 성장한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면서 "최근까지 대표팀에서 뛰었기 때문에 상황마다 선수와 코치진이 어떤 마음이고 어떻게 반응할지 알 것 같아 팬들에게 설명하기 수월하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번 아시안컵을 관통하는 축구를 키워드로 표현해달라'고 했다. 박주호는 '상향평준화'라고 답했다. 그는 "이젠 정보가 없고 방법을 몰라서 축구를 못하는 시대는 끝났다. 전문가, 유튜브, 최신 장비 등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0위권 밖 팀과 아시아 정상급 팀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팔레스타인, 타지키스탄 등 과거 변방국들이 16강, 8강에 오른 게 그 증거다. 한국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야 지금의 위치를 지킬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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